[파이낸셜뉴스] 단절을 선택한 청년들. 이들이 '방 안'에 머물고 있는 이유는 다양했다. 11년의 취업 공백기부터 성폭력 피해 후유증, 교수와의 불화 등 여러 갈등이 있었다.
유튜브 채널 '씨리얼'이 최근 공개한 '1인분의 삶을 살고 있나요' 영상에는 5년 이상 취업을 하지 않고 은둔 생활을 해 온 일명 '은둔형 청년들'이 출연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성폭력 피해·교수와의 갈등…그들의 고백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던 A씨(여·30)는 "대외적으로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이었지만, 실상은 침대에 누워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며 "대학 동기들이 대기업에 많이 가서 나도 당연히 갈 거라고 했는데 실패했다. 못 간 게 아니라 안 간 거라고 하면서 안정적인 공무원을 할 거라고 했다. 그 자체가 회피였다"고 털어놨다.
대학원생이었던 B씨(남·28)는 "지도교수와 갈등"으로 "중퇴하고 법정 싸움까지 했다"며 은둔생활 계기를 고백했다. A씨는 "방 안에 스스로 가뒀다. 화장실을 가야 하거나 밥 먹을 때 말고는 방 안에 불을 꺼둔 채 계속 누워만 있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했으나 2년 뒤 퇴사 후 11년째 취업 공백기를 갖고 있다던 C씨(여·31)는 "닥치는 대로 일을 하려고 공장 알바 등을 갔는데 일을 못 한다고 잘렸다”며 직장에서 겪은 부정적 평가와 반응이 트라우마가 됐다고 털어놨다.
D씨(여·33)는 성폭력 범죄 피해 후유증으로 "사람을 대하는 게 예전과 같지 않아졌다"며 은둔을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스스로가) 식충이같이 느껴진다. 부모님 냉장고를 축내는 것 같아 죄책감이 심하다"면서도 "면접에서 일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는 순간이 무섭다. 솔직하게 이유를 밝히면 써주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반복되는 구직 실패', '스트레스성 폭식과 체중 증가로 인한 자존감 하락' 등의 이유도 나왔다.
"고립 원하는 청년들 없어…은둔 경험도 '스펙'"
은둔 청년 지원단체인 '안무서운회사' 유승규 대표는 유승규 은둔 청년지원단체 '안무서운회사' 대표는 "청년들에게 궁극적으로 필요한 건 이 상황을 혼자 극복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깨달음"이라며 "고립·은둔 청년 문제를 이대로 방치하면 '80대 노부모가 50대 자녀를 뒷바라지하는' 일본의 '8050세대'의 문제가 우리나라에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대표는 "사회에서 한심한 존재로 굳혀진 이들도 '고립'을 원해서 선택한 것은 아니다. 그런 생활이 익숙해지는 관성이 발휘될 때는 있지만, 궁극적으로 벗어나고 싶어 한다"며 "고립·은둔 생활도 고유의 경험이자 스펙이다. 54만명의 청년이 고립해 있으면 은둔 경험을 스펙 살려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겠느냐"고 응원했다.
그러면서 "게으른 애들, 배부른 애들, 방 안에서 허송세월 보내고 부모 등골 빨아먹는 애들이란 말을 많이 듣는다"라면서 "이 상황을 혼자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깨달음이 필요하다. 주변 지인이든 기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취업하지 못한 기간이 11년에 달한다고 밝힌 한 출연자는 실제 친구의 도움으로 은둔 생활에서 빠져나왔다고 전했다. 그는 "내 인생을 바꿀 기회가 여러 번 있었음에도 작은 두려움에 굴복해서 용기 내지 않았던 것에 대해 많이 반성했다"고 했다.
한편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23년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고립·은둔 청년은 전체 청년 인구의 5%에 달하는 54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