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1조 6천억 러 방공미사일 시스템, 우크라 드론 공격에 속수무책인 이유

2023.10.06 07:25  




(서울=뉴스1) 문영광 기자 = '최첨단' '세계 최고' 등의 수식어가 붙는 러시아의 방공미사일 시스템 S-400이 연이은 굴욕을 맛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4일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용 드론이 러시아 서부 도시 벨고로드에 배치된 S-400을 공격해 파괴했다고 밝혔다.

4일 새벽 러시아인들이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공유한 영상에선 어두운 밤 상공에서 여러 차례의 폭발음이 들렸고, 도시의 전력이 끊긴 모습도 담겼다.

비야체슬라프 글라드코프 벨고로드 주지사는 S-400 시스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도시 주변의 러시아 방공망이 19개의 비행 물체를 파괴했으며 피해는 자동차 3대와 깨진 유리창 한 쌍이 전부"라고 밝혔지만 주요 외신들은 이날 오전 1시 반부터 2시까지 벨고로드 인근에서 최대 20건의 폭발이 발생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번 공격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이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에 배치된 S-400 시스템을 파괴한 최초의 사건이다.

크림반도 방공망을 뚫어낸 것을 넘어 러시아 본토 내 S-400 공격에 성공하자 한 SBU 관계자는 "러시아인들은 S-400 트라이엄프(승리)의 새로운 이름을 생각해 보라"며 조롱 섞인 말을 남겼다.

트럭 탑재 레이더, 이동식 지휘소, 다중 미사일 발사 플랫폼 등 방대하게 구성된 S-400은 한 개 포대를 구성하는 데 최소 1조 6천억 원이 드는 초고가 무기체계다.

반면 S-400을 잡은 우크라이나군의 공격 드론은 자체 개발한 저가의 '비버'와 'UJ-22' 드론이다. 최대 1000km의 사거리를 가진 '비버' 드론은 한화로 약 1억 4천만 원이면 제작할 수 있고, 800km 밖의 표적까지 공격이 가능한 'UJ-22'는 이보다 더 저렴하다고 알려져 있다.

가격 비교가 무색할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이는 만큼 우크라이나군은 굉장히 효율적이고 가성비 높은 공격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 공격 드론은 S-400의 레이더망을 피하기 위해 낮은 고도에서 비행했을 가능성이 높다.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여러 영상에선 주택가에서도 우크라이나 드론들의 비행음과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달 14일 해군과 보안군 합동작전으로 크림반도 예브파토리아에 있는 S-400 방공 시스템을 파괴했고, 그보다 앞선 8월 23일에도 크림반도 서단의 올레니우카 마을에 배치된 S-400을 파괴한 바 있다.

현지 언론 '키이우포스트'는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몇 주 동안 순차적인 방공망 파괴작전을 기획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