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은재 기자 = 배우 라미란이 '잔혹한 인턴'의 고해라 처럼 임신과 출산을 겪은 후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이야기했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잔혹한 인턴'(극본 박연경/연출 한상재)은 7년 공백을 깨고 인턴(실습사원)으로 컴백한 고해라(라미란 분)가 성공한 동기 최지원(엄지원 분)에게 은밀하고 잔혹한 제안을 받으면서 겪는 오피스 휴먼 코미디 드라마로 지난달 11일 처음 공개됐다. 총 12부작이며 매주 금요일 2회씩 공개하고 있다.
라미란은 극 중에서 7년 만에 회사 마켓하우스 인턴으로 돌아온 고해라 역을 맡았다. 그는 과거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으로 오직 성과만 생각하는 상품기획팀 과장이었으나, 가정이 생긴 후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인간적이게 변한 인물이다. 7년 후 복귀한 회사에서 냉혈한이던 자신과 척을 진 과거 동기 최지원(엄지원 분)을 만나 180도 달라진 입장에서 또 다시 갈등을 겪는다.
라미란은 가정과 일에서 갈등하는 '워킹맘' 고해라를 현실적으로 표현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는 자신의 승진을 위해서는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고 다짐하지만,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워킹맘을 보고 차갑게 지나치지 못한다. 라미란은 고해라의 모습을 유쾌하고 생생하게 표현해 이 시대 모든 워킹맘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연극 배우로 활동을 시작한 라미란은 지난 2005년 영화 '친절한 금자씨'로 강렬하게 스크린에 데뷔한 뒤 다양한 작품에서 단역, 조연을 거치다 영화 '걸캅스'로 첫 주연을 맡았다. 이후 '정직한 후보'로 연기력과 흥행력을 인정받으며 주연 배우로 발돋움 했고 해당 작품으로 제 41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올해는 드라마 '나쁜 엄마' '잔혹한 인턴' 등으로 시청자들과 조우했다.
라미란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경력 단절 여성이 극의 주제인데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나. 그리고 배우로서 경력 단절을 경험한 적이 있나.
▶배우라는 직업이 작품이 없을 때는 백수다. (저도) 경력 단절은 항상 있었다. 임신 출산 하면서 2년 정도 공백이 있었다. 정말 공감했던 부분이다. 다시 (무대로) 돌아가고 싶은데 하루종일 아기만 보고 있었다. 그때는 영화나 드라마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고 무대 공연 중이었다. 다시 공연을 할 수 있을까, 일이 없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죽을 때까지 할 일인데 불안했다. 아이가 돌이 될 때 쯤 '친절한 금자씨'로 영화를 시작했다. 일 하러 밖을 나간다는 것 자체가 날아갈 것 같았다. '친절한 금자씨'가 첫 번째 영화였는데,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눈치 게임하듯이 움추려 들어서 영화를 찍었다.
-아이를 낳고 난 후 왜 연극이 아니라 영화로 복귀했나.
▶26살에 돌린 프로필이 돌고 돌다가 어느날 갑자기 오디션을 보러 오라는 전화가 왔다. 그때 정말 아이 젖을 먹이고 있었다. 가는 동안 심장이 두근두근했다. 배우로 따지면 감도 연기력도 떨어질 대로 다 떨어졌을 때다. 1, 2년 사이에도 많이 뒤처지는데 7년이면 생각보다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왠지 되면 어떻게하지?'라는 생각도 했다. 오디션을 보고 이틀 후에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 설렘은 너무 행복한 설렘이었다.
-엄지원 배우와는 영화 '소원'에서 호흡한 뒤 다시 만났는데, 소감은.
▶'소원' 이후로 작품을 같이 한 적은 없었지만, 늘 안부는 알고 살았다. 같은 회사 들어온 지 몇 년 됐는데 그때도 통화하고 계속 인연의 끈은 닿아 있었다. 같이 했던 배우들은 만나지 않아도 내적 친밀감이 있다.
-극 중에서 고해라는 7년 전과 후가 180도 달라진다. 인물이 완벽하게 변해서 해석하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해라가 왜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됐어?' 이 이야기를 감독, 작가님과 많이 했다. 저는 해라가 원래 이런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그때 해라는 각서를 쓰고도 승진하고 싶을 만큼 간절했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자기 애가 다치고 아파도 일을 우선으로 삼는 여자였다. 사람이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
-라미란 배우도 아이를 낳고 바뀐 점이 있나.
▶정말 많이 바뀌었다. 인상이 정말 많이 좋아혔다. 예전에는 젖살도 있고 눈꼬리도 올라가서 '집에 무슨 일이 있냐' '안 좋은 일이 있냐'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결혼을 하고 인상이 많이 바뀌었고, 또 아이를 낳고 나서 얼굴이 바뀌었다. 지금은 눈꼬리가 처지지 않았나. 많이 부드러워졌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성격도 둥글둥글해지고 변했다.
-'잔혹한 인턴' 고해라가 바뀌는 것을 보고 어땠나.
▶'변했다'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변하는 게 당연하다. 해라도 정말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그런데 '잔혹한 인턴' 해라는 자존심만은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정의롭지 못한 일을 할 때 죄책감을 많이 느낀다. 예전에 해라가 생각한 정의는 '왜 남한테 피해줘?' '싸잡아서 욕 먹잖아'였다. 지금의 해라는 인생의 풍파를 겪고 삶의 가치관도 달라지고 부드러워졌다.
-라미란 배우는 과거와 지금 어떻게 변했나.
▶E(외향적)였는데 I(내향적)으로 변한 것 같은 느낌이다. 소극적으로 바뀌었다. 헛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게 결국에는 인정하는 것이더라. 욕을 하든 칭찬을 하든 '맞아'라고 인정하려고 한다.
-극 중에서 '헤이 마마'를 추는 장면이 나오던데.
▶대본에서 '헤이 마마'를 추라고 했다. 너무 잘 추는 것도 이상했다. 정말 흉내만 내는 정도만 해서 포인트만 주자고 생각했다. 거기서 가장 큰 논란은 발길질로 찬 휴대전화에 그분이 맞아서 쓰러진거냐, 아니면 휴대전화가 날라가서 보니 그분이 쓰러져 있는거냐 였는데, 정답은 후자다. 저는 '잔혹한 인턴' 드라마 자체가 코미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N인터뷰】②에 이어>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