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요즘 로맨스 드라마 대본을 우선 검토합니다. 재미있으면서도 쉬운 드라마, 그 안에 '엣지'가 있는 대본이 제작 1순위 드라마죠."
인기리에 방영 중인 JTBC 토일드라마 '킹더랜드' ( 극본 최롬/연출 임현욱)는 웃음을 경멸하는 남자 구원과 웃어야만 하는 호텔리어 천사랑이 만나 진짜 환하게 웃을 수 있는 날을 만들어 가는 이야기다. 5.1%(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출발한 '킹더랜드'는 지난 8회에서 남녀 주인공이 키스를 나누는 신이 화제를 모으며 12.3%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로맨스 장르인 '킹더랜드'에 어렵고 복잡한 내용은 없다. 멋지고 예쁜 비주얼의 배우들이 아름다운 배경에서 티격태격하다가 알콩달콩 사랑하는 내용. 복잡한 서사나 긴 '고구마' 기간을 거쳐 만나는 극적인 결말보다는, 내용 내내 쉽고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로 채워진다.
상반기 드라마 중 최고 히트작인 '닥터 차정숙'(극본 정여랑/연출 김대진) 은 4.9%로 시작해 지난달 18.5%의 최고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엄정화와 김병철이 주연을 맡은 '닥터 차정숙'은 20년 차 가정주부에서 1년 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의 찢어진 인생 봉합기를 그린 드라마. 워킹맘이자 경력단절 여성인 차정숙이 자신의 인생을 찾아가는 내용에 남편인 서인호의 불륜 에피소드가 더해진 스토리다.
전도연의 드라마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은 '일타스캔들'은 어떤가. 반찬가게 사장과 수학 일타 강사의 로맨스 이야기로, 전도연과 정경호의 로맨틱 코미디 호흡이 호평을 받으며 4.0%로 시작해 17.0%의 극적인 상승세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TV 플랫폼에서 가장 인기를 끈 드라마들로 중간 유입이 쉬운 소재와 이야기들을 선보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로맨스 코미디, 가족 드라마처럼 전 세대가 함께 볼 수 있는 장르에 저마다 다른 소재와 배경을 추가한 점이 특징이다. 정치,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는 내용의 드라마나 어둡지만 개성 있는 이야기를 그린 장르물들은 찾기 어렵다. 긴 흐름 안에서 '빌드업'해 반전을 그리는 것보다 매회 소소한 에피소드나 사이다 재미로 채운 드라마들을 쉽게 볼 수 있다. 21.0%(닐슨코리아 전국 시청률)를 기록한 '모범택시' 역시 시즌1보다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를 줄이고 코믹한 '부캐'(부캐릭터) 활용 비율을 높이며 인기를 끌었다.
이는 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사회 분위기가 침체되고 시청자들의 스트레스가 장기화됐던 것의 반작용으로도 볼 수 있다. 한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팬데믹이나 경제위기 등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며 사회적인 스트레스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편한 마음으로 보고 싶어 한다, 복잡하게 꼬인 내용이나 갈등이 계속 되는 고구마 구간을 보는 것에 에너지를 쏟고 싶어하지 않는다"이라고 말했다.
올해 '닥터 차정숙' '나쁜 엄마' '킹더랜드' 등을 선보인 콘텐츠 기업 SLL 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재미있고 쉬운 이야기의 힘을 강조한 바 있다. 박준서 제작총괄은 "예전에는 작품성을 가장 우선하는 경향이 강했고 JTBC 드라마가 어둡고 어려운 이야기를 한다는 반응도 많았다"라면서 "그게 오히려 대중성을 축소한 게 아닌가 싶다, 현재는 대중적으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요소를 중요하게 검토하고 있다, 좋은 이야기를 더 쉽고 밝게 전하는 드라마를 선보인다는 생각으로 제작하고 있다"라고 했다.
TV 광고 시장 부진이 장기화 되며 드라마 편성 기회 자체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추세는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드라마 제작 업계에서는 가장 안전한 선택이 로맨스와 코미디, 가족극이라고.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 플랫폼이 장르물까지 소재의 폭을 열어두었다면 TV 플랫폼에서는 더욱 전세대를 대상으로 한 쉽고 밝은 이야기와 소재를 우선하는 분위기다.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대중의 취향과 선택을 따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드라마의 소재와 장르가 획일화된다는 우려도 있지만 소비자의 선택과 그로 인한 시장의 흐름에 따를 수 밖에 없다, (창작자들이) 작품 안의 임팩트 있는 '엣지'를 잘 부각시킨다면 그 안에서도 차별화된 작품들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