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제왕절개 태어난 아이, 엄마의 질 분비액 바르면..

2023.06.18 06:25  
ⓒ News1 DB


(서울=뉴스1) 성재준 바이오전문기자 = 제왕절개로 태어난 신생아에 산모에서 나온 질 분비액을 발라주면 단기적인 신경·두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제왕절개를 통해 태어난 신생아는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신생아와 달리 산모의 산도를 통과하면서 다양한 미생물과 접촉하는 '유산균샤워'(또는 세균샤워)를 할 기회가 없다. 산모의 질 분비액이 이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남방의과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은 산모의 분비물이 적어도 생후 첫 6개월까지는 아이의 단기적인 두뇌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지난 15일 해외 학술지 '셀 호스트 & 마이크로브'(Cell Host & Microbe)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난 신생아 중 32명에게 출산 후 약 15초 동안 산모의 분비물을 묻힌 거즈를 문질렀다. 또 다른 신생아 36명은 식염수를 묻힌 거즈로 문질렀다. 임상시험에 참가한 신생아는 첫 12시간 동안 목욕하지 않았으며 모든 산모는 사전에 안전성을 확인했다.

6주 뒤, 이 영아 분변을 검사한 결과, 산모 분비물을 바른 집단에서는 식염수로 닦은 집단보다 산모에서 발견됐던 더 성숙한 세균이 발견됐다.

생후 6개월이 됐을 때, 식염수를 바른 아이들에 비해 질 분비액을 받은 아이들은 부모가 작성한 두뇌 발달 설문 조사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들의 점수는 질식분만(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영아의 발달과 동등한 수준이었다.

연구팀은 "초기 장내 세균이 신경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일부 미생물 대사 산물이 이번 연구 결과와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는 간접적인 증거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락토바실러스' 같은 유산균은 산모 질 분비액울 바른 신생아 집단의 대변에서 더 많이 발견됐다. 락토바실러스는 이전 여러 동물실험에서 신경학적 증상을 개선했다. 이 세균은 면역과 항균물질형성, 장내 세균구성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검출된 락토바실러스가 아기 뇌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얀 히 남방의과대학 교수는 "이 연구를 바탕으로 향후 아동 주의력결핍·다행동장애(ADHD)나 자폐, 지적장애 등 신경질환 증상을 개선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이루어지길 바란다"며 "산모의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군집)에 대한 이해를 통해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를 위한 치료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산균샤워에 대한 여러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신생아의 미생물군집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장기적인 건강과 발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아직 의견이 엇갈린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신생아는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신생아와 장내 세균 구성이 다소 달랐지만, 생후 약 9개월 뒤면 그 차이가 사라진다는 연구도 있다.


또 제왕절개로 태어난 신생아에서 이후 아동비만, 천식, 당뇨 발병이 증가할 수 있지만 장내 세균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 또는 질 분비액에 노출해 이를 완화할 수 있는지 명료하지 않다는 연구도 있다.

실제로 영국의사협회저널(BMJ)이나 미국 산부인과학회(ACOG) 또한 제왕절개로 태어난 신생아에 인위적으로 하는 유산균사워를 권하고 있지는 않다. 장점이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증명되지 않았으며 아이가 실수로 유해한 병원균에 노출될 경우, 심각하고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