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서울 강남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길을 건너던 초등학생을 음주상태로 운전하다 치어 숨지게 한 4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피해자 유족은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항소를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최경서)는 31일 오전 음주운전과 어린이보호구역치사, 위험운전치사, 도주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40)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 법원 "음주운전·스쿨존치사 등 유죄…도주치사 무죄
재판부는 "초등학생 통행이 많은 사실을 알면서도 주취 상태로 운전해 사고를 일으켰다"며 "어린 피해자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자신의 꿈을 펼쳐보지 못하고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음주운전과 어린이보호구역치사 등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도주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A씨는 사고 직후 21미터(m) 떨어진 자택에 차량을 주차한 뒤 스스로 사고 현장으로 돌아왔는데 이 과정에서 약 45초가 소요됐다. 그는 현장에서 범행 사실을 인정하고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피해자를 밟고 지나간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 못 한 것으로 보이고 도주할 의도로 주차장으로 이동한 것은 아니라고 볼 여지가 있다"며 "의심만으로는 도주 부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도주 의사가 있었다면 주거지 주차장보다는 그대로 달아놔 먼 거리로 가야 한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사고 운전자라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해 12월2일 오후 5시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는 초등학교 저학년 B군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사고 직후 경찰에 체포될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0.08% 이상)인 0.128%로 조사됐다.
해당 초등학교 후문 근처에 거주하는 A씨는 자택 주차장으로 좌회전하던 중 B군을 차로 쳤고 이후 자택 주차장까지 더 운전했다.
당초 경찰은 A씨에게 도주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할 때 도주치사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으나 이후 블랙박스와 현장 폐쇄회로(CC)TV를 보고 법률을 검토한 끝에 혐의를 추가했다.
◇ 유족 "음주운전은 흉기 휘두른 것…항소 이뤄져야"
피해자 유족은 선고 직후 "재판부의 판결에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항소 의지를 내비쳤다.
B군의 부친은 "과연 오늘 판결 형량이 음주운전자가 다시는 운전대를 잡지 않는 행동이 되게 할지 의문스럽다"며 "자동차 음주 운전은 살해 흉기를 휘두른 것과 마찬가지"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안타깝게도 수많은 어린이가 보호구역에서 사망하고 있다"며 "어른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족은 A씨가 지난주 법원에 납입한 3억5000만원의 공탁금을 받지 않았다. 다만 이 사실은 A씨의 형량에 유리한 요인으로 참작됐다.
부친은 "공탁금을 받을 생각이 전혀 없고 (형량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재판의 목표는 재발 방지라는 측면에서 형량이 터무니없이 부족하기에 항소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