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40대 A씨와 남편 B씨는 월 소득이 적지 않은데도 좀체 돈이 모이지 않아 걱정이다. 매월 고정비용이 크고 생활비도 많이 나가는 탓에 카드결제를 하고 나면 남는 현금은 거의 없다. 부채를 대폭 줄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부담이다. 주택담보대출은 원금을 계속 상환하고 있으나 여기에 돈을 쓰고 나면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 통장을 갚을 엄두는 나지 않는다. 상여금이나 성과급이 들어와도 빚 상환에 대부분 투입된다. 앞서 금리가 낮을 때 대출을 해 이자가 큰 부담이 되지 않았고, 연장도 자동으로 돼 추후에 저축이나 투자를 잘 해서 메우면 되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대출금리가 뛰면서 이자비용이 확대됐고, 여윳돈도 없어 또 다시 대출을 일으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생활비를 줄여보려고 애쓰곤 있지만 크게 낭비하거나 사치를 부리는 것도 아니라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41세 A씨와 44세 B씨 합산 월 소득(세후)은 780만원이다. 지출은 695만~795만원으로 소득을 웃도는 경우도 있다. 고정비는 395만원이다. 저축 50만원, 부채비용 128만원, 보험료 37만원, 교육비 45만원, 부모님 용돈 50만원, 회비 20만원, 공과금 35만원, 렌탈비 10만원, 휴대폰비 20만원 등이다. 생활비로는 신용카드 결제를 포함해 300만~400만원이 들어간다.
문제는 부부 모두 마이너스 통장으로 급여를 받고 있어 월 급여, 수당, 성과 등 관리가 안 되고 부족자금이 생겨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자산은 연금저축 2110만원(430만원+1680만원), 청약 1640만원(520만원+120만원) 등이 있다. 살고 있는 아파트 시세는 약 6억원이다. 부채는 총 2억3770만원이다. A씨가 신용대출(3000만원), 마이너스통장(1180만원) 등이 있고, B씨는 주택담보대출(1억6000만원), 자동차 할부(1200만원), 마이너스통장(1540만원)이 있다. 부부 신용카드 사용 잔액은 850만원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매월 정기 소득이 발생함에도 저축은 물론 제때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고 있다면 지출상 문제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방치하면 지출이 소득보다 빠르게 늘어나는 결과를 맞을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막연히 생활비를 줄여보겠다고 나서기보다 소득과 지출, 자산 현황 등을 면밀히 확인하는 게 우선”이라며 “월 현금 흐름에 잘못된 점이 없는지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항목에서 얼마를 줄여야 할지 정하기 위해선 일단 월 지출과 연간 비정기 지출을 구분해야 한다. 이후 항목별 정리도 필요하다. 그 다음에야 부채상환, 노후설계 등 재무목표를 세울 수 있다.
구체적으론 소득을 인식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현재 마이너스통장(마통) 급여 이체로 소득이 들어가도 잔액만 줄어들고 있다. 소득 자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다음은 지출을 인식하는 일이다. 필요할 때마다 마통에서 사용하다보니 소비가 늘어도 인지하기 어려운 상태다. 월 지출과 연간 비정기 지출을 분리하지 않아 지출이 들쭉날쭉하고 통제가 힘들다. 저축이나 부채상환을 고려하지 않고 자동이체 후 잔액을 생활비로 사용함으로써 지출을 키우고 있기도 하다.
부채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낮고 월 상환액이 크지 않아 부담이라고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신용대출 역시 금리가 높지 않은 편이고, 이자가 자동이체돼 나중에 목돈이 마련되면 갚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용카드 사용액도 부채로 받아들이지 않아 소비를 부추기는 상황”이라며 “할인혜택을 노린 다수 카드 사용, 잦은 할부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용대출과 마통을 우선 상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부부가 각자 1개 신용카드만 사용하거나 체크카드로 전환하도록 권유했다.
비상 예비자금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월 소득은 안정적이지만 유동성 자금이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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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