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이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 만에 1만건을 넘어섰다. 빌라의 전월세 거래량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은데, 전세사기에 대한 우려와 그간 전셋값이 내릴 만큼 내렸다는 인식이 확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1만284건을 기록했다. 전세 거래량이 1만건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 만이다.아직 신고기간(거래 후 30일 이내)이 남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종 거래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거래량은 강동구에서 가장 많이 늘었는데, 지난달에 1224건이 거래돼 직전월(618건) 보다 2배 가량 증가했다. 또 노원구(692→825건)와 강서구(587→691건) 등에서 거래가 많이 이뤄졌다.
전세수급지수도 오르고 있다. 2월 넷째 주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62.4로 전주(61.7)보다 0.7포인트(p) 상승했다. 전세수급지수는 0∼200 사이로 표시하며 100을 기준으로 이를 넘어서면 전세수요가 많고, 낮으면 공급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최근 전셋값이 '내릴 만큼 내렸다'는 인식이 확산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거래가를 보면 1년 전보다 수억원씩 내린 금액대에 거래가 많이 체결됐다. 강동구 고덕 그라시움 전용면적 84㎡의 경우 지난달 21일 전년 최고가 대비 4억원 내린 6억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현재 시세도 6억 중후반대 수준이다. 노원구 상계주공3단지 전용 84㎡는 지난 17일 4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는데, 지난해보다 1억원 가까이 떨어진 금액대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지금이 성수기이기도 하고, 특히 고금리로 월세 쪽에 과하게 치중됐던 수요가 금리에 대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개선되며 전세로 넘어오는 것"이라며 "또 최근 급전세 등 가격이 많이 하락한 것도 맞물리면서 거래가 늘어난 듯하다"고 말했다.
전세사기에 대한 우려로 돈을 더 주고서라도 아파트 전세를 찾는 이들이 늘어났다는 분석도 있다. 아파트의 경우 전셋값과 매매가 간 차이가 있어 빌라 보다 전세사기에 대한 위험성이 낮다.
실제 지난달 아파트 전세거래량은 단독·다가구 전월세 거래량(9642건)을 모두 합친 거래량 보다도 많다. 거래량이 역전된 건 지난 2020년10월 이후 2년5개월여만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빌라 등은 전세사기 위험성이 있다 보니까 아파트 전세가격이 떨어진 상황에서 조금 더 무리를 해서라도 아파트에 들어가자는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