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지난 26일 종영한 TV조선 주말드라마 '빨간풍선'(극본 문영남/연출 진형욱)으로 서지혜 홍수현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주목받은 이는 배우 정유민이었다. 정유민이 활약한 '빨간풍선'은 우리 모두가 시달리는 상대적 박탈감, 그 배 아픈 욕망의 목마름, 그 목마름을 달래려 몸부림치는 우리들의 아슬아슬하고 뜨끈한 이야기를 드린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 '조강지처 클럽' '수상한 삼형제' '왕가네 식구들' '우리 갑순이' '왜그래 풍상씨' '오케이 광자매'를 히트시킨 문영남 작가가 집필했다.
정유민은 극 중 주인공인 조은강(서지혜 분)의 동생인 조은산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조은산은 MZ세대 아이콘답게 힙하면서도 쿨한 면모를 지닌 인물로, 사춘기 시절 아버지의 외도를 목격한 후 연애도 하지 않는 캐릭터이기도 했다. 그런 그는 경리로 일하게 된 회사의 사장 지남철(이성재 분)과 만나 사랑에 빠졌다. 장인과 장모에게 고된 처가살이를 당하고 있는 지남철에게 점차 안타까운 감정과 연민을 느끼다 돌이킬 수 없는 감정에 빠져들고, 급기야 지남철의 이별 통보에도 마음을 거두지 못하는 절절한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정유민은 '빨간풍선' 마지막 회에서 지남철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다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라고 말하는 조은산의 대사로 큰 화제를 모았다. MZ세대 캐릭터인 만큼 '어쩔TV' '할많하않' 등 많은 줄임말을 썼던 캐릭터였으나, 이별해야 하는 진중한 순간에 "중꺾마"라고 말해 이목이 집중된 것. 그는 화제의 대사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면서도 "이로 인해 '짤'들이 많이 생겼더라, 카톡도 많이 오고 재밌는 반응이 많더라, 반응을 재밌게 즐기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무엇보다 정유민은 "중꺾마" 대사를 어색하지 않게 소화하는 자연스러운 연기력으로도 호평을 끌어냈다. 지남철 역의 이성재와는 21세 차 연기 호흡을 선보였고, 불륜 설정에도 시청자가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연기력으로 '빨간풍선'을 통해 재발견을 이뤄냈다. 지난 2012년 OCN 드라마 '홀리랜드'로 데뷔한 후 다수 작품에서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오다 '빨간풍선'으로 배우로서 또 한 번 도약하는 성장도 보여준 그다. "단 한 장면도 쉬운 장면이 없었고 매 순간 한계에 부딪히고 깨나갔던 작품"이라는 말로 그가 쏟았던 노력 또한 짐작됐다. 정유민을 만나 '빨간풍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N인터뷰】②에 이어>
-조은산 캐릭터를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한 것 같다. 그만큼 캐릭터에 깊이 몰입했다는 인상도 받았는데, 다른 작품보다 조금 더 깊이 몰입했다는 생각도 드나.
▶저는 거짓말처럼 연기하는 게 싫어서 '왜 하는지'에 대한 그 정도의 몰입은 하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은산이가 왜 이런 반응을 하는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의미와 이유를 찾으면서 연기했다. 그에 대한 답을 찾을 때 연기가 편안하게 나오기 때문에 그런 지점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조은산은 고된 처가살이를 해온 지남철을 유일하게 이해해주던 인물이었지만, 지남철이 결별을 선언하자 그 이후부터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점이 지남철을 힘들게 했다는 점에서 공감이 어렵진 않았나.
▶저도 처음 대본 볼 때는 시청자 같은 느낌으로 안타깝게 봤다. 은산이로서 그 이유에 대해 고민을 해보니, 은산이에겐 남철이가 하나의 큰 사건이 된 거다. 사랑을 경험해보지 못한 은산이에게는 심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난, 큰 지각 변동이 일어난 사건으로, 이로 인해 나름의 큰 내적 변화를 겪은 셈이다. 그런 상황에서 은산이라면 충분히 그 캐릭터대로 행동했겠다 싶더라.
-지남철이 결별을 통보하자 고금아를 찾아가 지남철과의 관계를 알렸다.
▶실제 같았으면 두드려 맞을 일이다.(웃음) 저도 한숨을 푹푹 쉬었다. 하지만 그 또한 은산이의 입장을 생각했다. 은산이가 나름 생각할 때는 이게 합리적이라고 생각을 하는 캐릭터다. 그 아이니까 그렇게 확신을 갖고 고금아를 찾아가지 않았을까 했다.
-조은산은 지남철과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면서 시작했을까.
▶은산이 입장에서도 시작해선 안 되는 관계라고 생각을 했을 거다. 떳떳하지 못했으니까 가족에게도 숨겼을 것 같다. 그럼에도 지남철이라는 한 사람에 대한 순수한 감정에 집중해서 그 힘으로 나아가고자했다.
-고금아와 감정이 격해지는 신도 있었다. 따귀 신도 촬영했는데.
▶상황 자체가 주는 감정 소모는 어쩔 수 없이 견디면서 해야 한다. 뺨을 때리고 맞는 장면은 아무래도 촬영 과정에서 복잡한 장면이기도 하지만 김혜선 선배님께서 베테랑답게 능수능란하게 잘 해주셨다. 그 장면이 감정적으로 큰 장면이다 보니까 준비를 많이 했고, 생각도 많이 했다. 집중도가 좋았어서 생각보다 수월하게 촬영했다.
-조은산과 지남철은 이어지진 않는다. 결말은 만족하나.
▶그런 결말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남철의 아이들이 은산이처럼 그런 아픔 겪어선 안 된다 생각했다. 은산이는 결혼도 안 했고, 20대라는 젊고 예쁜 시기에 좀 더 밝고 정상적인 연애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그런 결말이 좋았다. 그런 열린 결말이 지어진 게 만족스럽다.
-이성재 배우와는 무려 21세 차이다. 호흡이 어렵진 않았나.
▶처음에는 어려웠다. 선배님과 나이 차이로 인한 어려움이 있을 수 있겠다 했는데 제가 너무 좋아하는 선배님이시기도 해서 걱정은 안 했다. 긴장도 되고 어렵고 걱정도 컸지만 선배님께서 워낙 젠틀하시고 유머러스하게, 편안하게 해주셨다. 워낙 편안하게 배려를 해주셔서 선배님과 금방 친해질 수 있었고 연기에 더 집중해서 몰입할 수 있었다.
<【N인터뷰】④에 계속>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