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옆동네 건물 다 무너졌는데 여기만 왜 멀쩡? 튀르키예 '에르진'의 비밀

2023.02.14 04:11  
[파이낸셜뉴스] 지난 6일 발생한 튀르키예 대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3만5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단 한 명의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은데다 건물 한 채도 무너지지 않은 지역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비즈니스터키투데이 등 외신들은 지난 6일 규모 7.8과 7.6 강진이 연이어 덮친 튀르키예에서 유일하게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은 소도시 '에르진(Erzin)'에 대해 집중 보도했다.

인구 4만2000명의 에르진은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10개 주 중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본 하타이주에 있는 도시로 이번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인 하타이주 중심부에서 북쪽으로 110㎞, 오스마니예에서 남쪽으로 20㎞ 떨어져 있다. 또 최초 강진의 진앙인 동남부 가지안테프에서도 서쪽으로 불과 166㎞ 거리에 있다.

이번 지진으로 하타이주에서만 3000명 이상이 숨지고 수많은 건물들이 무너져 피해가 막심한 가운데 에르진시에선 인명 피해는 물론 건물 한 채도 무너지지 않았다.

기적처럼 주민들을 대지진으로부터 지켜낸 비결은 바로 외케슈 엘마솔루 에르진 시장의 결단력 덕분이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엘마솔루 시장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불법 건축을 허용하지 않았다"며 "지진으로 인해 에르진에선 사망자와 부상자가 없었고 건물도 무너지지 않아 잔해도 없다"라고 힘줘 말했다.

지진 발생 당시 단독주택에 거주하던 엘마소글루 시장도 집이 매우 심하게 흔들렸고 아이들과 함께 문으로 달려나와 지진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고 회상했다.

과거 엘마솔루 시장의 단호한 불법건축 제재 정책에 일각에선 "이 나라에 당신 말고는 정직한 사람이 없느냐"며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불법 건축을 굳건히 허용하지 않은 결과 이번 대지진 참사로부터 주민들을 지켜낼 수 있었다.

엘마솔루 시장은 "시장에 당선된 지 석달 후 친척이 찾아와 불법 건축으로 벌금을 물게 됐다고 이야기하기에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하자 '튀르키예에서 당신만 고상한 사람인 줄 아느냐'라고 면박을 준 일도 있었다"며 "건축과 관련 방침은 주민의 안전과 직결된 만큼, 정치에 개입시키지 않으려 노력했다. 누군가 감시를 피해 불법 건축물을 짓다가 적발될 경우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도 규정해놨다"라고 말했다.

그는 "불법 건축을 100% 막을 수 없어도 일정 단계에서 이를 차단할 수는 있다"라며 "불법 건축을 막는 것은 정치적 득실을 따져서 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