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최근 남성 2명 중 1명은 비만이라는 통계가 나와 국민 건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비만율의 경우 여성은 주로 고령층에서 높게 나왔지만, 남성은 사회생활이 활발한 30대와 40대에서 높았다.
그런데 비만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남성 환자 수는 여성 환자 수의 절반을 밑돌아 치료 필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은 물론, 청장년 남성들의 동반 질환 발병 위험이 클 것으로 조사됐다.
비만 진단에는 체질량지수(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가장 보편적으로 쓰인다. 지수가 23~24㎏/㎡를 과체중, 25㎏/㎡ 이상이면 성인 비만으로 각각 진단하며 몸무게 상관없이 남성은 허리둘레 90cm 이상, 여성은 85cm 이상이면 복부비만으로 진단한다.
◇"남성 비만, 더 어린 나이에 더 심각하게 나타나"
3일 의료계에 따르면 올해 발표된 지난 2020년 기준 국민건강통계에 남성의 48%가 비만으로 집계됐다. 2010년 36.4% 이후 10년 새 11.6%p 증가했다. 특히 남성 비만의 경우, 비만의 정도가 여성 대비 높고 비교적 젊은 나이에 나타난다는 게 특징이다.
대한비만학회 분석 결과 2009~2019년 11년간 남성에서의 고도비만, 초고도비만 발병률이 4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9년 기준 고령층에서 비만율이 높았던 여성과 달리 남성은 30대(52.2%)와 40대(50.8%)에서 가장 높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비만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남성 환자(9676명)가 여성 환자(2만494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30~40대 남성 비만율이 같은 연령대 여성 비만율의 2배 이상인데도, 대부분 여성만 치료받는 셈이다.
의료계는 남성이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더라도 이에 대한 객관적 인지가 여성보다 낮고, 스스로 체형에 만족하는 경향이 높다는 점을 원인으로 꼽는다. 하지만 비만은 체형 변화뿐만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유발한다는 게 여러 연구로 드러나고 있다.
◇체중 감량, 남성에게 더 시급… 전문가의 진단과 비만 치료 필수
비만학회가 낸 '2021 비만 팩트시트'에 따르면 제2형 당뇨병의 경우, 비만 인구에서 정상 체중 인구 대비 그 발병 위험도가 2.6배 증가한다. 특히 젊은 연령일수록 그 증가가 뚜렷해 20~39세의 비만 환자는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이 정상 체중의 5.9배에 달한다.
이와 함께 심근경색 (1.2배), 뇌졸중 (1.1배), 갑상선암 (1.5배, 남성 기준) 모두 정상 체중 인구 대비 비만 환자에서 그 위험도가 증가한다. 이밖에 근골격계 질환, 담석 발생률 증가, 호흡기계 질환, 신경계 질환의 발생 위험과 정신적 질환과의 연관성도 규명된 바 있다.
아울러 남성 비만의 경우 남성호르몬 농도가 저하되며, 이는 성선기능저하증의 원인이 돼 발기부전, 성기 크기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비만에 따른 남성호르몬 농도 감소는 국내 젊은 남성 비만 환자에게서도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건양대학교병원 가정의학교실은 3년간 비만클리닉을 방문한 20~39세 비만 남성 환자 270명을 대상으로 혈청 남성호르몬 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를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체질량지수, 허리둘레, 체지방률이 높을수록 남성호르몬 농도가 낮았다.
상관관계의 정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은 한편, 농도의 감소는 내장지방 비율을 높이며 상하부, 뇌하수체, 생식선 축을 억제한 채 남성호르몬 농도를 악화시켜, 비만과 남성 호르몬은 서로 '쌍방향적 영향'을 주고받는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삶의 질과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비만은 정확한 의학적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관리할 수 있다. 의료계는 식사치료, 운동치료, 행동치료를 포함하며 부가적인 방법으로 약물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강지현 건양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최근 젊은 남성층에서 계속 환자가 증가하는 데 병원을 찾는 비율은 낮다"며 "특히 최근 급증한 고도비만 환자들은 개인 의지, 습관 개선만으로는 감량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 치료를 병행하는 게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