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국제 미인대회에 참가한 우크라이나 대표가 러시아 대표와 같은 방을 쓰게 되자 거세게 항의했다.
12일 해외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국제 미인대회인 '미스 그랜드 인터내셔널'에 참가한 우크라이나 대표 올가 바실리브는 주최 측으로부터 지난 3일 러시아 대표인 에카테리나 아스타셴코바와 같은 호텔 방에서 머물러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주최 측은 3일 공식 SNS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대표를 룸메이트로 선정하고, 이에 따라 대회가 열리는 수 주의 기간 동안 같은 방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주최 측의 SNS 게시물 말미에 “이번 대회의 캠페인은 ‘전쟁과 폭력을 중지해라’이다”라고 소개한 것으로 보아, 두 참가자의 ‘동거’를 전쟁이 한창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화해로 표방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올가는 즉시 항의했다. 그녀는 지난 4일 개인SNS를 통해 "내가 테러리스트, 무법지대, 전제주의 국가이자 세상에서 가장 역겨운 장소에서 온 경쟁자와 함께 지내야 한다는 통보를 받고 나서 화가 났고, 심적으로 고통스러웠다”며 “ 나 또한 평화와 사랑, 우정을 지지하는 사람이지만, 내 형제자매를 고문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그런 단어들을 들먹이고 싶지는 않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올가는 입장문을 올린 바로 다음 날 새 방을 배정받을 수 있었다.
러시아 대표인 에카테리나는 "우리 가족들은 우크라이나 출신이다. 나만 유일하게 러시아에서 태어났다. 이는 정말 참기 힘든 일이다”며 “내가 대회장에서 내는 목소리가 모두에게 충분히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올가는 방을 옮긴 이후로도 조국에 대한 사랑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그녀는 지난 11일 자신의 SNS에 앵무새와 함께 찍은 사진을 공유했다. 앵무새는 노란색과 파란색 깃털을 가지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국기의 색이다. 올가 자신도 청바지와 노란색 상의를 입고 있었다.
국제 미인대회인 ‘미스 그랜드 인터내셔널’은 평화와 비폭력을 주제로 하는 세계적인 미인대회다. 올해 대회는 다음달 11일까지 열리며, 대한민국 대표도 참가했다. 현재 러시아의 아스타셴코바가 인기 투표에서 39%를 득표해 1위를 달리고 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