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인천공항=뉴스1) 송상현 남해인 기자 = "해외여행 갔다가 코로나 걸리면 직장에서 눈치 보였는데…그런 게 없어져서 좋아요"
개천절 연휴 첫날인 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을 오가는 여행객들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아 보였다. 국내 입국자에 대한 코로나19 유전자 증폭(PCR) 검사가 폐지되면서 해외여행에 걸림돌이 완전 사라졌기 때문이다.
국내 입국자에 대한 코로나19 검사가 폐지된 것은 2020년 1월 이래 약 2년9개월 만이다.
지난달 3일에는 입국 전 코로나19 검사 음성확인서 제출 의무가 중단됐고, 이보다 앞선 6월8일에는 입국자 격리 의무가 해제됐다. 하지만 여전히 입국 후 코로나19 검사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고, 양성판정이 나오면 일주일간 격리를 해야 했다. 사회생활에 지장이 생길 수 있는 만큼 해외를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던 셈이다.
남자친구와 함께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해외 여행길에 오른다는 30대 조모씨(여)는 얼굴에 미소가 만연했다. 조씨는 "어제 여행을 앞두고 들어올 때 PCR 검사를 해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아무래도 입국할 때 양성이면 출근을 못 하니까 직장에서 눈치가 보였는데 그런 게 없어져서 좋다"고 웃었다.
이날은 개천절 연휴 첫날이지만 출국장은 크게 붐비지는 않았다. 다만 가족이나 동료들과 함께 설레는 표정으로 출국을 준비하는 여행객들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여행길에 오른다는 60대 A씨(여)는 의료계 종사자이기에 코로나19 기간 해외여행에 더 어려움이 컸다. 따라서 이번 여행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A씨는 "의료계 종사자들은 주 2회 코로나 검사를 받다 보니 항상 조심스럽고, 해외에 나가는 것도 책임감이 생겼었다"며 "입국 때 PCR을 안 하게 돼서 편리하고 부담도 덜 하다"고 기대했다.
국내 입국자들 역시 코로나19 음성 확인서 제출이 폐지되고 입국 직후 해야 했던 PCR 검사 역시 폐지되면서 어느 때보다 발걸음이 가벼운 모습이었다. 일본에 거주하며 3개월에 한 번씩 한국에 들어온다는 황모씨(38·여)는 코로나19 기간 입국하면서 애를 먹은 적이 많았다고 했다. 황씨는 "PCR 검사지를 제출하느라 5시간을 기다린 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15분만에 입국장에 들어왔다는 일본인 하루마(25·여) 역시 "PCR 검사를 안 하게 돼서 시간도 아끼고 돈도 아끼게 됐다"며 밝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물론 해외에서 입국 시에 아무런 규제가 없다는 사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공항에 나들이 왔다는 20대 최연주씨(여)는 "검사를 안 해서 편리하긴 하지만 아예 사라지면 코로나에 대한 경각심이 사라져 불안하기도 하다"고 우려했다.
한편 코로나19와 관련한 대부분 걸림돌이 사라지면서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경기도 시흥시에 거주하는 김모씨(38)는 "다른 나라는 왕래가 완전히 자유로워졌는데 우리만 너무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어 아쉬웠다"며 "이제 해외여행에 눈치를 볼 이유도 없어진 만큼 연말에 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항공사 셀프체크인 카운터(계산대)에서 근무하는 직원 B씨는 "많은 국가들이 백신 의무 등을 없애서 여행객들이 늘어났다"며 "PCR 검사를 안하게 되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