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성경험 있어?" 공기업 직원이 멘토링 참가 대학생에게..

2022.09.29 08:48  
[파이낸셜뉴스]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가 올해 초 공사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가한 대학생을 상대로 강제로 입맞춤을 시도하고 부적절한 성적 언행을 하는 등 성추행을 시도한 직원에게 2개월 정직이라는 경징계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직원은 최근 정직 2개월을 마치고 업무에 복귀했다. 이에 공사 인사 규정에 성비위 징계 기준이 없어 '솜방망이 징계'가 내려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2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월 대학생 멘토링 프로그램에 멘토 신분으로 참여한 이 공사 직원 A씨가 회식 자리에서 대학생 참가자 B씨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며 입맞춤을 시도하는 등 여러 차례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B씨에게 '성 경험이 있느냐' '내가 남자로 안 보이느냐' 등의 성희롱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난 6월 인국공은 자체 조사를 진행하고 "(A씨의 행위가) 형법상 강제추행 미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며 "A씨가 공사의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시키고 멘토로서의 업무를 태만히 했다"며 징계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A씨는 공사 측이 B씨에게 사과할 것을 권고했지만 "사과할 것이 없다"며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에 대하여 사과하는 것이 맞느냐"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인국공은 A씨에게 '정직 2개월' 처분만 내렸다. 공사 인사규정 시행세칙에 성비위 징계 기준이 없어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징계한 것이다. 공사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복직해 현재 근무 중이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는 해당 징계에 대해 감사를 벌인 뒤 "성비위 징계 기준이 부적정하다"며 경고 및 개선 조치를 내렸다. 국토부는 "2016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성범죄의 경우 공무원 징계령 수준의 기준을 이듬해 말까지 준비하도록 공직유관단체에 권고했으나 공사가 따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공사 측은 국토부에 "인사규정 개정을 위해 노조 동의를 받으려고 노력했지만 협의가 안 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공사 노조 관계자는 "성비위 징계 기준을 강화하는 것에는 노조도 이견이 없고, 막은 적도 없다"고 했다. 공사 관계자는 "이달에 노조와 협의가 이뤄져 관련 규정을 개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