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미국)=김학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장례식 참석을 위해 영국을 방문한 당일 여왕의 관을 참배하지 못한 것을 놓고 참배 불발, 또는 조문 취소, 지각 논란이 일자 "이 일정은 모두 영국 왕실과 조정된 일정"이라고 반박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주요국 정상들은 당시 영국에 도착한 뒤 여왕 참배에 나섰지만, 윤 대통령은 참배를 못하자 야권 등 일각에서 문제를 제기했고, 외교홀대론까지 나오면서 대통령실은 적극 반박모드에 돌입했다.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현지 여건, 특히 교통 상황이 좋지 않았다"며 "런던의 교통상황은 기자들도 실제 체험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대변인은 "많은 시민들이 모이면서 차량이 이동할 수 없었고, 오히려 출국하는 비행기를 대통령이 먼저 도착해 30여 분 이상 기다리는 그런 일도 있었다"며 "전날도 마찬가지로 교통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 영국 왕실에서 자칫 국왕 주최 리셉션에 늦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참배 및 조문록 작성을 다음 날로 순연하도록 요청이 있었다"며 "저희는 왕실의 요청과 안내에 따라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대변인은 "지각을 했다, 의전 실수가 있었다, 홀대를 받았다는 것은 모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누구보다 기자들이 잘 아실 것이라 생각한다. 한 국가의 슬픔을, 더 나아가 인류의 슬픔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태가 더 큰 슬픔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입국 당일 하지 못한 조문록 작성을 장례식 참석 이후 출국 당일에 했음을 밝힌 이 부대변인은 윤 대통령 외에도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등 다수 정상급 인사들이 같은 날 조문록을 작성했다고 언급했다.
이 부대변인은 "그만큼 이들이 모두 왕실로부터 홀대를 당한 건 당연히 아니다"라면서 "참배가 불발됐다거나 조문이 취소된 것 또한 아니다. 이들 모두가 조문 없는 조문 외교를 펼쳤다라는 것도 아닐 것이라 믿는다"고 말해, 야권에서 제기하는 조문 취소 논란을 반박했다.
한국에서 더 일찍 출발했다면 참배 불발 논란이 없었을 것이란 지적에 이 부대변인은 "왕실과 충분한 협의속에서 조율한 것"이라며 "왕실 입장에서는 모두가 다 일찍 온다면 그것 또한 낭패일 것이다. (도착) 시간을 다 분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부대변인은 "여러 국가들을, 수많은 국가들을 분배한 것으로 그렇게 왕실과 일정 조율 속에서 이뤄진 일정"이라며 "상식적으로 어떻게 그걸 지각을 하고 의전 실수라고 그럴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