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지난 13일 스위스 자택에서 숨진 프랑스의 거장 영화감독 장 뤼크 고다르가 '조력자살'을 선택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13일(현지 시간) 여러 외신에 따르면 고다르의 법률고문은 "고다르가 여러 질환을 진단받은 뒤 자발적으로 생을 끝내고자 스위스에서 조력사를 선택했다"며 "더 이상 평범하게 살지 못하게 되자 명료한 정신으로 '이제 이만하면 됐다'며 (조력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고다르는 2014년 칸국제영화제에서 "너무 아프게 되면 휠체어에 실려 다니고 싶지 않다. 스위스에서 조력사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스위스는 내외국인 모두에게 조력사를 허용한다. 조력사는 의사의 도움을 받되 스스로 치사량의 약을 먹거나 주사하는 일종의 자살행위다. 의사가 약물을 투여하는 적극적 안락사와는 다르다.
고다르의 죽음을 계기로 프랑스에서 조력자살과 안락사 등에 대한 합법화 논의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3일 그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기 전 "조력사 합법화 등 웰다잉에 대한 국가 차원의 토론에 착수해 새로운 정책을 내년부터 시행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편, 고다르 감독은 1930년 12월 3일 프랑스 파리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1960년 '네 멋대로 해라'로 데뷔, 이후 1965년 연출한 '알파빌'로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고다르 감독은 1960년대 프랑스 영화사의 중심이 됐던 새 물결 '누벨바그(Nouvelle Vague)'의 핵심 인물이다. 사전에 모든 것을 철저히 준비해 두던 기존 영화 제작 과정에 반기를 들며 현장에서 즉각 생성되는 이미지나 장면에 집중하는 과정을 통해 영화를 제작했다.
대표작으로는 '미치광이 피에로', '여자는 여자다', '경멸', '기광총 부대', '알파빌',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언어와의 작별', '이미지북' 등이 있다.
고다르는 2010년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평생공로상을 수상했고, 2011년에는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평생공로상을 받았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