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내무부는 이날 연례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8월 1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1년간 '페미사이드(femicide)'가 125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108건에 비해 15.7% 증가한 수치로 평균 사흘마다 여성 한 명이 살해된 셈이다.
페미사이드는 여성(female)과 살인(homicide)의 합성어로 '여성 살해'라는 뜻이다.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살해, 증오 범죄 등 성별을 이유로 발생한 살해 사건을 가리킨다. 넓게는 여성이 피해자가 된 살인사건을 모두 지칭하기도 한다.
여성 살해 사건들은 대부분 부부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125건의 여성 살해 사건 중 중 108건은 가족 간 혹은 감정적 맥락에서 자행됐다.
또 이 중 63%에 해당하는 68건은 피해자의 현재 또는 전 파트너가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 7일 토리노 인근 베네리아에서 74세 여성 실바나 아레나가 남편에게 몽둥이로 구타당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탈리아는 가부장적 전통이 강한 국가로 꼽힌다. 낮은 성평등 인식이 여성에 대한 폭력을 부추기는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이탈리아 통계청이 시행한 여론조사에선 응답자 4명 중 1명은 여성에 대한 성폭력에 대해 폭력으로서의 심각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또 전체 응답자 10명 중 3명은 다른 남성과 바람을 피운 여성 파트너의 뺨을 때리는 것을 폭력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40%로 더 높게 나타났지만 여성도 20%가 이를 폭력으로 여기지 않았다. 또 이탈리아 국민 3명 중 1명은 파트너가 원치 않을 때 성관계를 강요하는 것을 폭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유럽성평등연구소가 2018년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유럽연합(EU) 15개국 중 현재 또는 전 파트너에 의한 여성 살해 건수는 9위, 친족에 의한 여성 살해 건수는 10위를 각각 차지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