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직장내 괴롭힘을 신고한 피해 근로자에게 부당전보 등의 처분을 한 사업주에게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 상고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충북 음성군에 위치한 한 병원의 구내식당 등을 위탁 운영하는 업체 대표로, 이 업체에는 30여명의 근로자가 소속되어 있다.
그런데 2019년 7월 중간관리자 B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한다는 사실을 내용 증명으로 신고받았다. B씨는 신고식 명목으로 피해 근로자들에게 회식비 지급을 강요하고 업무편성 권한을 남용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직원들은 수당을 적게 받도록 업무 시간을 조절했다. 또 업무 과정에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욕설과 폭언을 일삼는다는 내용이었다. 2019년 7월 24일에는 "벼락 맞아라 자식도" "차에 갈려서 박살나라" 등의 폭언을 퍼부으며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를 빌미로 통화내역서 제출과 사직서 작성을 강요하기도 했다.
그런데 신고를 접수한 A씨는 무단결근을 이유로 피해근로자를 즉시 해고하는 한편, 신고 내용을 B씨에게 전달해 B씨가 피해근로자들을 상대로 명예훼손 등의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 소송이 무혐의, 패소 등으로 확정 판결이 나고 이후 부당해고가 문제가 되자 2019년 2월 A씨는 인사위원회를 열고 피해 근로자들을 일방적으로 전보 조치한 혐의다.
재판부에 따르면 전보가 피해근로자와의 아무런 협의 없이 이뤄졌으며, 전보된 곳은 피해근로자의 주거지와 거리가 매우 멀어 사실상 대중교통으로 출근이 불가능한 곳이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인사위를 열고 B씨를 징계하는 한편, 피해 근로자를 복직 및 전보 조치했다. 옮긴 근무지가 기존 근무지보다 환경이 더 좋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회사가 취한 개개의 조치를 살펴보면 근로자에 대한 배려를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이른바 피고인의 경영마임드라는 것이 현행 규범에 못 미치는 매우 낮은 수준으로 근로자를 대상화하고 인식하는 것에 기인한다"고 질타하며, 당초 청구된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넘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20시간의 사회봉사도 함께 명령했다.
이어 "전보된 근무지의 객관적 근무환경이 낫더라도 피해 근로자의 주관적 의사,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이후 A씨 회사의 부당한 사전 조치, 절차적 하자와 부실한 사실조사, 사후 조치 등을 종합하면 피해근로자를 전보한 것은 불리한 처우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2심 역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논평에서 "이 사건 사업장은 피해근로자가 피해를 호소하기 전부터 이미 많은 근로자들이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아무런 구제를 받지 못한채 사업장을 떠났다. 근로기준법에 직장 내 괴롭힘 제도가 신설된 이후에서야 해당 사업주에 대한 법 위반의 책임을 물을 수 있었다"며 "이 사건 판결이 모든 근로자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고 이에 대한 사업주의 예방, 조치의무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번 확립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