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단체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 아나운서들이 얼굴을 가린 채 눈만 내놓고 방송할 것을 요구받자, 이에 연대하는 표시로 남성 아나운서도 얼굴을 가리고 방송해 화제가 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현지 텔레비전 채널 톨로뉴스 남성 아나운서들은 지난 22일 방송에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카메라 앞에 섰다. 눈만 내놓고 얼굴을 모두 가린 채 방송해야 하는 여성 동료들과 연대하기 위해서다.
앞서 탈레반 정권은 이달 7일 아프가니스탄 여성 기자와 아나운서에게 방송 출연 시 얼굴을 내놓지 못하도록 명령했다.
히바툴라 아쿤드자다 아프가니스탄 최고지도자가 "모든 여성은 대중 앞에 설 때 얼굴과 몸을 가려야 한다"고 명한 데 따른 것이다.
그는 "샤리아 율법에 따르면 나이가 충분히 많지 않거나 젊은 여성은 눈만 빼고 얼굴을 가려야 '마흐람'이 아닌 남성과 마주할 때 도발을 피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강제하진 않지만 부르카 착용을 선호한다고 했다.
이에 여성들은 마스크로 얼굴 절반을 가리고 히잡을 머리에 둘러 눈만 내놓은 채 방송에 출연해야 하게 됐다. 이달 21일까지는 명령을 무조건 지켜야 한다고 못박았다.
그러자 남성 동료들이 연대의 의미로 함께 얼굴을 가리고 카메라 앞에 선 것이다.
크폴와크 사파이 톨로뉴스 국장은 "정부는 22일을 명령 이행 시한으로 지정했고 이에 우리는 오늘 이행했다"고 여성 동료들과 함께 얼굴을 가린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이날 일부 여성 기자와 아나운서는 명령에 불응하기도 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이들은 항의 차원에서 일부러 히잡이나 얇은 천만 둘러 얼굴을 내놓고 방송하기도 했고, 이 모습이 톨로뉴스나 아리아나 텔레비전, 1TV 등에 그대로 송출됐다.
소니아 니아치 톨로뉴스 아나운서는 "우리는 마스크 착용에 반대하고 저항한다"며 "그러나 톨로뉴스는 억압을 받아 우리가 얼굴을 가리지 않고 모니터에 서면 다른 업무를 부여받거나 해고될 것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여성 진행자 카티라 아흐메디는 "숨도 쉴 수 없고 제대로 말할 수도 없다"며 "이러고 어떻게 방송을 하느냐"고 호소했다.
아울러 탈레반 집권 후 현 아프간 정부는 여학교 폐쇄, 여성 출근 금지, 남녀 대학 교육 분리, 여성 여행 금지, 여성지원단체 해산 등의 성명을 여러차례 발표했다고 톨로뉴스는 전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