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아마 내가 그렇게 버틴 게 다른 나라들에도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브리핑에 없는 대통령 이야기' 49번째 글에서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을 전했다.
박 수석은 "지난 4월7일 국내 언론에 특이한 제목의 기사들이 실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내가 대선에 져 문 대통령이 가장 행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었다"며 "나는 본능적으로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 제목만 봐서는 '혹시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중 한미 공조에 구멍이 생겼다고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로 읽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수석은 그러나 기사의 후반부로 갈수록 자신의 얼굴에 '안도의 미소'가 번졌다고 밝혔다.
박 수석은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재임 당시 주한미군을 위한 연간 방위비 분담금을 기존 5배 이상인 50억 달러(약 6조원)로 올리라며 한국 정부를 압박했던 상황을 묘사하면서 '부국이 된 한국이 돈을 더 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문 대통령이 계속 '안 된다'며 버텼다고 밝혔다"며 "역시 트럼프 대통령다운 인터뷰였다. 항상 자신의 업적이나 성과가 크게 홍보되길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를 큰소리로 자랑하는 스타일이었는데, 이것이야말로 전형적인 자화자찬에 가까웠다"고 했다.
박 수석은 "이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업적을 자랑할 의도였으나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은 문 대통령을 홍보해준 모양새가 됐다"며 지난 4월7일 문 대통령 주재 참모회의에서 박 수석이 문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인터뷰에 대해 할 말이 없느냐'고 하자 문 대통령은 웃으며 자신이 그때 버틴 것이 다른 나라들에도 도움이 됐을 것이라 말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과거의 틀을 많이 벗어났다는 것을 전방위적으로 설명하면서 수용할 수 없다고 참 많이 버텼다"며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과다하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의 요구를 관철할 수 있었다고도 생각한다"고 했다.
박 수석은 이에 대해 "사실 짧은 일화이지만 각자의 국익에 대한 각각의 진심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국익 차원에서 과하지만 자신의 주장을 요구했고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국익 관점에서 방어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난 4월26일 방송된 특별대담(문 대통령-손석희 전 앵커)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좋은 분'이라고 하면서 '주장의 차이를 인정했고, 그 어젠다에서의 차이가 다른 이슈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점'을 평가했다"며 "어쨌든 트럼프 대통령의 셀프 칭찬 인터뷰가 결국 문 대통령을 칭찬한 결과로 귀결됐으니 트럼프 대통령의 매우 훌륭한 인터뷰에 감사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