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지난 4월 직장인 A씨는 출근길 보행자도로에서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가다 갑자기 튀어나온 보행자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 사고를 냈다. 사고 직후 괜찮다는 답을 들은 후 보행자를 떠나보낸 A씨는 한달 뒤 뺑소니 혐의로 경찰의 전화를 받게 됐다. 보행자와의 합의에 실패한 A씨는 검찰에 넘겨졌다며 인터넷 커뮤니티에 대처 방법을 물었다.
#음식배달 자영업을 하는 B씨는 지난 10월 6일 배달을 가기 위해 가게 앞에서 음식을 배달통에 넣는 도중 보행자 도로로 주행하는 자전거에 부딪혔다. 사고로 인해 B씨는 입원 치료를 받고 MRI 촬영까지 해야했다. 사고 직후 즉각 경찰에 신고한 B씨는 민사 소송 과정도 준비하고 있다며 인터넷에 글을 남겼다.
공공자전거 보급과 자전거 인구가 늘어나는 가운데 인도나 보행자 겸용도로에서 자전거와 보행자가 충돌하는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10일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분석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발생한 보행자와 자전거간 사고 건수는 426건이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자전거 사고 건수(1802건)의 23.6%에 이른다. 보행자와 자전거간 사고는 2018년 298건, 2019년 418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잇따른 자전거와 보행자 충돌 사고의 주된 원인으로는 법규를 무시한 '얌체 운행'이 꼽힌다. 앞서 제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자전거-보행자 간 충돌 사고 중 106건이 '보도 통행' 중 발생하기도 했다.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차로 분류돼 보도와 차도가 구분된 도로에서는 차도로 통행해야 한다. 자전거 전용도로나 전용차로, 보행자 겸용 도로, 자전거 우선차로로 다니되 이같은 도로가 없을 땐 일반 도로의 맨 오른쪽 차선을 이용해야 한다. 이를 어기고 보행자 도로로 통행할 경우엔 적발 시 3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되고, 사고까지 발생한다면 형사처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공공자전거 보급 확대로 시민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됐지만 덩달아 관련 법규를 숙지하지 않은 사람이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지난해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의 대여건수는 2370만5000건에 이르며 하루 평균 이용자는 6만4946명으로 2019년에 비해 24% 증가했다.
직장인 C씨는 "출퇴근 때 교통비를 절감하기 위해 자전거를 이용하려 했는데 이제 보니 인도에서 자전거를 타는 게 불법이었다"며 "다들 보행자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던데 상황이 이러면 안 타야하나 싶다"고 말했다.
법규를 알면서도 보행자 도로로 주행하는 이들도 있었다. 김모씨(23)는 "자전거 우선차로에서는 자동차들이 스치듯 지나가고 버스정류장 근처 보행자 겸용도로에서는 보행자들이 자전거도로에까지 올라와 서로 놀라는 상황이 종종 빚어진다"며 "그래서 차라리 보행자 도로를 이용해 주행하곤 했다"고 말했다.
보행자 도로를 침범하는 자전거들로 인한 보행자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직장인 이모씨(26)는 "평소 서로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면 옆으로 비키면 된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사람 많은 곳에서까지 자전거 운전자들이 비키라고 할 때는 위험하기도 하고 불편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전문가는 자전거와 보행자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운전자들의 인식 개선과 자전거 도로 조성에 힘써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성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자전거는 차로 분류되는데 차로써 통행하는 방법에 대해서 일반 이용자들이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문제"라며 "공유자전거가 많이 보급되고 있는 지금 사업 주체들이 운전자 의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용자들이 차도 주행 원칙을 알더라도 버스나 대형차 등이 갓길에서 통행하다보니 위험해서 보도로 올라오는 경우도 있는 만큼 차량 운전자들의 인식 개선도 병행돼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희철 한국교통연구원 4차산업혁명교통연구본부장 또한 "근본적으로는 자전거 도로를 더 만들어야 해결되는 것"이라며 "공공자전거 대수만 더 늘릴 것이 아니라 전용차로, 전용도로 등 자전거 도로에 대한 예산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