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좌승훈 기자] 검찰이 51년 동안 함께 산 부인을 둔기로 때려 살해한 70대 남성 A씨에게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제주지방검찰청은 27일 오전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형사부(재판장 왕정옥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받은 A씨(77)에게 우발적인 범행으로 보기 어렵다며, 1심 때와 같이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번 항소심은 검찰이 1심의 형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로, A씨는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1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 각각 항소하면서 열리게 됐다.
검찰은 A씨가 부인이 외도와 함께, 자신의 재산까지 빼돌리려 했다고 의심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피고인이 온전치 않은 정신 상태로 현재 치매에 이른 것으로 보이지만, 이 사건 범행이 피고인의 치매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없기 때문에 피고인의 심신미약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구형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A씨의 변호사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두 달 간의 입원 치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2020년 10월부터 피해자의 불륜을 의심하는 등 중증 치매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며 "이는 가족의 진술 등이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1심에서 A씨 아들은 "아버지가 치매 증상이 있어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 처벌보다는 치료가 필요하다. 혹시 처벌을 받더라도 선처를 바란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월 13일 오후 10시쯤 서귀포시 소재 주거지에서 둔기로 부인(75)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아내가 불륜을 저지르고, 집안 재산 1억5000만원을 빼돌렸다는 끝없는 의심이 이유였다. 당시 A씨와 B씨는 이미 A씨의 잦은 폭행 등으로 별거 상태였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51년 간 혼인관계를 유지한 아내를 살해했다"며 "피해자는 별 다른 저항도 하지 못하고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심신미약을 주장하지만, 범행 직후 세면 도구를 챙기거나 자녀에게 전화를 거는 등의 행적을 보면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이 사건 범행으로 자녀들의 충격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선고는 11월 24일 오전 10시에 이뤄질 예정이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