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버지와 몸싸움 중 밀쳐 숨지게 한 아들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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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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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과거 가정폭력을 일삼던 아버지와 몸싸움을 벌이다가 밀쳐 숨지게 한 20대 아들이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문광섭 박영욱 황성미)는 존속폭행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씨(26)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김씨의 아버지씨와 어머니는 2019년 약 30년의 결혼생활을 청산하기로 했다. 김씨는 어머니를 대신해 아버지 A씨와 재산분할에 관해 의논을 하기 위해 같은해 9월 아버지가 운영하는 공장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를 하던 중 김씨는 과거 아버지가 자신과 어머니를 때렸던 이야기를 하게 됐다. 그러자 A씨는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왔느냐"라고 말하며 김씨의 빰을 때렸다.

이에 화가 난 김씨는 아버지와 몸싸움을 벌였다. 그러던 중 김씨가 양손으로 A씨를 밀쳤는데, 그만 A씨가 넘어지면서 탁자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힌 것으로 조사됐다. 의식을 잃은 A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사망했다.

김씨는 재판에서 "가슴일 밀친 사실이 없고 아버지가 흥분해 뒷걸음질 치다 의자에 걸려 넘어졌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김씨가 경찰 조사에서 A씨를 밀친 사실을 인정한 점, 부검결과 단순히 뒷걸음질 치다 혼자 넘어진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을 근거로 김씨의 유죄를 인정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김씨는 2심에서는 "아버지로부터 오랫동안 극심한 아동학대와 가정폭력을 당했다"며 "가정폭력 트라우마가 있었고, 사건 당시에도 아버지의 명백하고 부당한 폭행이 있었다"며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설령 처음 폭행 공격이 A씨로부터 시작됐더라도 피고인은 이에 대항하면서 흥분해 A씨 몸을 잡고 밀치며 유형력을 행사한 것이 인정된다. 이는 공격으로서의 폭행으로 평가될 뿐 단순한 방어행위로 사회적으로 상당한 것이었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 A씨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해 온 피해자라 해도 달리 볼 수 없다"며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어려서부터 아버지로부터 가정폭력을 받아왔고,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며 "사건 당시에도 모친을 대신해 이혼문제 등을 논의하러 갔다가 폭행을 당하자 이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서로 흥분해 몸싸움을 하면서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르렀고 그에 따른 불운한 결과로 A씨가 사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회복할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고, 피해자가 친부라는 점에서 인륜에 반하는 범죄"라며 "그런데도 김씨는 폭행을 부인하고 자신의 행위를 변명하고 있는 점 등을 볼 때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1심의 형을 유지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