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뉴스1) 이상휼 기자 = '직장 내부에서 가방 손괴범'으로 몰려 억울함을 호소하다가 극단적 선택한 경기 동두천시 8급 공무원 A씨(29·여)의 동료들이 공직 내부 익명게시판을 통해 조용한 추모를 이어가고 있다.
A씨가 지난 16일 아파트 15층에서 추락해 숨지자, 유족은 빈소를 차리지 않고 18일 화장하고 유해를 모처에 안장했다.
고인의 아버지는 "너무 비통하고, 남은 가족들이 정신적으로 너무 어려운 상태여서 빈소를 따로 차리지 않았다. 딸이 25년간 살았던 집도 처분하고 이 지역을 떠난다"고 밝혔다.
빈소도 없이 황망하게 떠나 동료 공직자들은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24일 오전 동두천시 공직 내부망 익명게시판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익명의 공직자 B씨는 "개인적으로 그 직원을 잘 모른다. 복도에서, 화장실에서, 구내식당에서 인사를 나눴던 동료가 황망하게 세상을 떠난 것이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면서 운을 뗐다.
B씨는 "노조가 있는 이유는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권익은 생명이다. 사실관계를 명백히 가리는 데 노조가 나서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또 "이 상황에 대해 모두들 침묵하는 분위기가 무섭다. 내가 그렇게 돼도 이렇겠구나. 경조사 게시판에 한 줄 부고도 안 뜨겠구나. 조직도에서 조용히 사진만 사라지겠구나"라고 썼다.
이어 "2차 피해는 물론 없어야 한다. 억측과 소문만으로 피해를 입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 그렇지만 사실관계는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면서 "누구를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밝힐 수 있는 데까지 진실을 찾는 것이 스스로 목숨을 던지며 절규했을 우리의 동료를 위한 최소한의 예의다"고 말했다.
B씨는 "조직의 명예도 지켜야 하지만 그보다 더 먼저여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달라. 추모하는 마음을 전할 방법이 없어 이렇게 글을 남긴다. 특정인을 비난하거나 유족이 주장하는 사실관계를 무조건 인정하는 취지가 아니므로 논쟁은 없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게시물 아래 익명 공직자 수십명이 '명복을 빈다'는 댓글을 남겼다.
숨진 A씨는 이달 초 직장 내부에서 '임용 동기의 명품가방을 칼로 찢었다'는 의심을 받았다. 경찰조사를 받은 뒤 억울함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