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 님의 아바타입니다" 샤넬 매장 앞 조끼 입은 사람의 정체

별의별 대행이 ㅎㅎㅎ

2021.07.01 07:10  
줄서기 대행업체가 올린 '아바타' '교대 예정' 조끼를 입은 직원 모습 © 뉴스1 황덕현 기자


명품 구입을 위한 시민들이 29일 오전 서울시내 한 백화점에서 샤넬매장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샤넬은 다음달 1일 부터 주요 인기품목 위주로 약 12%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다. 2021.6.2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 "○○○ 님의 아바타입니다. 9시30분에 교대합니다"

6월의 마지막날 샤넬 매장 앞에는 새벽부터 녹색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이들은 바로 줄서기를 대행해 주는 업체 직원들이다. 보복 소비로 명품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나타난 새로운 풍속도다.

최근에는 평일에도 원하는 명품을 사기 위해서는 새벽부터 매장 앞에 줄을 서고 대기번호를 받아야 한다. 바쁜 직장인들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명품은 사고 싶지만 줄서기는 싫은 이들 또한 '아바타 서비스' 주 고객이다.

명품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면서 전문적으로 줄서기를 대행해 주는 업체까지 등장했다. 이 업체가 처음 줄서기 대행을 시작한 것은 지난달 1일. 사업 개시를 알리는 글을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에 올리자마자 대행 요청이 쇄도 했다. 이 업체 대표 A씨는 총 5개 백화점과 매장 등을 지정, 대기 수수료를 받고 직원을 현장으로 파견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주말과 평일 상관없이 오전 6시부터 9시30분까지 대기는 5만원, 7시부터는 4만원이다. 통상 백화점이 10시30분에 문을 여는데, 그에 앞서서 줄 정리, 대기 번호표 배부 등 때문에 정리하는 시간을 감안해 '교대'하는 것이다.

더욱 빨리 줄서기가 시작하는 경우에는 시간당 1만원씩 추가 요금을 받는다. A씨는 "샤넬 가격 인상 소문이 돌기시작한 직후에는 오전 1~2시부터 줄을 서기도 해서 최대 10만원까지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의뢰자는 당일 원하던 샤넬 제품을 구하지 못하더라도 1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A씨는 "월말이 다가오면서 오전 5~6시에 줄을 서도 20번에도 들지 못한다"고 귀띔했다. 명품 커뮤니티 등을 통해 샤넬이 7월부터 가격을 12% 올린다는 소문이 돌면서 샤넬 매장 앞 대기자들이 2배 가까이 늘었다. 총 30여건의 '줄서기 주문' 중 대부분이 6월 마지막 주에 몰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용자 가운데 여성보다 남성이 더 많다는 점이다. A씨는 "결혼 예물이나 프러포즈 등을 위해 (명품백을)준비하는 남성이 많다. 전체 고객 중 70%가량이 남성"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업체들도 상황이 비슷하다. 또다른 줄서기 대행업체 직원 B씨는 "결혼 전 가방 하나 마련하려는 신혼부부가 각각 다른 백화점으로 줄서기 대행을 보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아바타 서비스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시간을 내기 힘든 사람이 정당한 대가를 지불했고 새치기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반면 과거 극장이나 야구장 앞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암표상을 떠올리게 한다며 눈살을 찌푸리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한없이 치솟한 명품 인기가 만들어낸 서글픈 자화상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