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박인비가 아직도 美언론에게 받는 질문 "박씨는.."

LPGA 아시아계 선수들 차별이 너무하네

2021.06.23 07:08  
[파이낸셜뉴스] “다른 박씨 선수들과 친척인가요?”

‘골프여제’ 박인비가 아직까지 미국 언론으로부터 받는 질문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통산 21승을 거두며 이름이 널리 알려졌지만, 현지 언론의 질문 수준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이는 한국 문화에 대한 지식 결핍에 더해 박성현, 애니 박 등 박씨 성을 지닌 선수들이 LPGA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1차원적 발상의 발로로 해석된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최근 미국 사회에서 만연한 LPGA 아시아계 선수들을 향한 차별 사례를 전했다. 여기엔 선수들의 경험담이 담겼다.

박인비는 LPGA 데뷔 14년이 지난 베테랑 선수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질문이 들어온다고 했다. 또 대회를 중계하는 아나운서나 앵커가 한국계 선수들의 이름을 잘못 발음하면 SNS를 통해 올바른 발음을 알려준다고 소개했다. 그럼에도 잘못된 발음을 고집하는 이들이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박인비는 지난 3월 애틀랜타에서 아시아계를 노린 연쇄 총격 사건도 그저 남의 일이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사건 현장 인근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친척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건 소식을 듣고 급하게 친척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박인비는 “그런 사건이 발생한 것은 정말 불행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LPGA에서 뛰는 다른 아시아계 선수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최근 표면화되는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범죄로 인해 조심스레 행동하게 됐다는 선수들이 늘고 있다.

LPGA에서 통산 9승을 기록한 최나연은 여태 어머니와 함께 대회에 참가했지만, 올해는 어머니에게 미국에 오지 말라는 뜻을 전했다. 어머니가 영어를 능숙하게 하지 못해 증오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염려에서다.

뉴질랜드 교포인 리디아 고도 어머니의 미국 여행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미국 출생의 한국계 골프 선수 미셸 위 웨스트는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10대 때 ‘천재 골프소녀’로 불렸던 위 웨스트는 “왜 한국인들은 골프를 잘하나”라는 미국 기자들의 질문을 수없이 받았다. 불쾌했지만, “한국인들은 연습을 열심히 한다”는 대답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은퇴 직전 LPGA 투어에 복귀한 위 웨스트는 앞으로 그 같은 질문이 들어올 경우 “부적절하다”고 인지시켜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