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뉴스1) 이종재 기자 = 인터넷 자살사이트를 통해 만난 남성이 약속과 달리 먼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자 이에 격분해 해당 남성을 혼자 두고 나온 혐의로 기소된 30대가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박재우 부장판사)는 자살방조 혐의로 기소된 A씨(38)의 항소심에서 검사가 ‘형량이 가볍다’며 낸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A씨는 가정불화·경제적 곤궁 등을 이유로 자살하기로 결심하고 동반자살을 할 사람을 찾던 중 지난해 7월28일 낮 12시쯤 한 인터넷 자살사이트를 통해 피해자 B씨(36)를 알게 됐다.
같은날 오후 6시15분쯤 원주역 화장실 앞에서 B씨를 만나 자살에 필요한 물건 등을 구입한 뒤 미리 예약한 도내 모 지역의 한 펜션으로 이동했다.
이후 A씨는 B씨와 저녁식사를 하면서 미리 구입한 물건을 이용한 자살방법을 B씨에게 알려주고, 누가 먼저 자살을 할지 정하는 등 계획을 주도적으로 세웠다.
같은날 오후 10시쯤 해당 펜션 안에서 자살시도를 하던 B씨를 발견한 A씨는 약속과 달리 자신보다 먼저 자실시도를 한 B씨에게 화가 나 숨을 헐떡이는 B씨를 그대로 두고 펜션을 나왔다.
결국 B씨는 A씨가 펜션을 나올 무렵 숨졌다.
A씨는 B씨의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에 불복한 검사가 ‘원심의 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자살방법을 설명해주고 자살할 장소와 자살도구를 제공하는 등 피해자의 자살을 용이하게 했으며 실제로 피해자가 자살에 이르렀으므로 그 죄질이 나쁘다”며 “그러나 자살방조 범행을 인정하면서 스스로 경찰에 자수하고, 일방적으로 피해자의 자살을 방조한 것이 아니라, 가정불화 등으로 피해자와 함께 자살할 것을 마음먹고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그 경위에 일부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의 두 딸을 부양할 사람이 없는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3개월 반 정도 구금돼 있으면서 다시는 이와같은 죄를 저지르지 아니할 것을 다짐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