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들, 집에 가자. 어여" 사라진 아들 향한 잠수교 포스트잇

눈물나네

2021.03.25 07:43  


[파이낸셜뉴스] 서울 잠수교에 차량을 세워둔 채 홀연히 사라진 아들을 찾는다는 내용의 쪽지들이 시민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달 “일을 하러 간다”며 서울로 올라간 아들이 돌연 실종돼 가족들은 그를 찾아 헤매고 있다. 쪽지에는 ‘아들 사랑한다, 많이 많이. 엄마 지금 서울에 있단다, 너를 찾고 있어’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7일 김성훈씨(25)는 잠수교에 자신의 차를 주차해놓고 사라졌다. 차량이 북단 방향 갓길에 계속 방치돼있는 것을 이상히 여긴 시민이 12일 경찰에 신고해 사건이 접수됐다.

차 문은 잠기지 않은 상태였고 뒷좌석에서는 소주병과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발견됐다. 블랙박스 선이 끊어져 녹화가 되지 않았으며, 김씨의 휴대폰·지갑 등은 차 안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휴대전화에서는 유언으로 추정되는 1분짜리 동영상이 나왔다. 해당 영상에서 김씨는 “엄마 아빠 죄송해요. 큰누나, 작은누나 미안해. 잘 해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됐어”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실종 소식을 접한 해남의 가족들은 한달음에 서울로 올라왔다. 그리고 김씨가 읽고 마음을 돌리기 바라며 노란 포스트잇에 마음을 담은 메시지를 적어 잠수교 난간 곳곳에 붙였다. 어머니는 아들이 글씨체를 알아보길 바라는 심정으로 전단을 인쇄해 붙이자는 김씨 형제들의 제안을 한사코 거부하며 글을 일일이 손으로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흔적을 쫓던 가족들을 몇몇 사실들을 확인했다. 서울로 간다던 김씨는 경기도 오산 원룸에서 지내고 있었고, 지난해 이미 충청남도 아산시에서 휴대폰 용품 관련 사업자 등록을 했다. 거액의 대출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 실종 사건은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맡아 조사 중에 있는데, 김씨가 사라진 지 20일이 다 돼가지만 단서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잠수교 CC(폐쇄회로)TV도 김씨 차량을 방향이 아닌 탓에 행방 추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잠수교에서 투신한 건지, 제3의 지역으로 이동한 건지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차를 주차해 놓은 곳을 비추는 CCTV가 없고, 실종일로부터 신고 시점까지 시간이 길어 영상 확보가 늦어지고 있다”며 “한강 투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강 순찰대와 협업해서 순찰 중이고, 지난주에는 잠수부도 투입해 수색했다”고 설명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