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10여명이 경쟁하고 있는 야권과 달리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 흥행에 적신호가 켜진 여권에서 15일 '김동연 차출설'이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은 곧바로 '소설'이라고 일축했지만, 북적거리는 야당 못지않게 여당에서도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김 전 부총리의 영입론에 민주당이 공개적으로 선을 긋자 시선은 다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이동했다. 예정대로라면 박 장관은 이달 초 새로운 후임장관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자유인이 됐어야 하지만 여전히 현역 장관이다. 민주당 경선 일정을 감안하면 적어도 2~3주 이내에 출마를 결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시장 경쟁 구도 문제로 어수선한 이날 박 장관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전 8시부터 2시간 동안 3개의 글과 사진을 올렸다.
오전 8시쯤엔 박 장관이 전날(14일) 서울 공릉 도깨비시장에 방문했던 내용들이 반영된 기사의 제목을 담은 포스팅이 게시됐다. 한 시간 뒤 김환하 시인의 시 '뻐꾹새 한 마리 산을 깨울 때' 전문을 올렸다.
시에는 "한 마리 젖은 뻐꾹새가/무너진 산을 추슬러/바로 세울 때가 있다"는 구절이 있다. 박 장관은 시에 등장하는 뻐꾹새에 '밤낮으로 애쓰시는 대통령님'과 '식당 사장님, 소상공인'을 대입하면서 코로나 위기에 처한 상황을 언급했다.
글의 말미에 박 장관은 "저도 어디선가 뻐꾹새는 아니어도 작은 종달새가 되어야 할 텐데"라며 "그저 부끄럽다"고 적었다.
또 한 시간이 지난 뒤 별다른 언급없이 언론에 찍힌 '장관의 눈물'이라는 본인 사진을 올렸다.
사진 설명엔 '소상공인 버팀목자금 집행상황에 관해 이야기를 듣던 중 밀린 임대료 얘기가 나오자 왼쪽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다'고 적혀있다.
이를 두고 박 장관이 사실상 출마 의사를 재확인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 장관이 올린 시와 사진의 의미 자체가 어떤(출마 문제를) 결심을 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더 이상 흔들지 말아달라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당 안팎에서는 박 장관의 출마 여부를 놓고 여러 관측이 엇갈리면서 복잡한 심경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는 말과 함께 '뻐꾹새'와 '종달새'의 숨은 뜻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간 민주당에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접촉하고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묻는 등 '제3 후보' 출마를 위해 여러 의원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건 거의 기정사실이 된 상황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의 서울시장 후보 가운데 지지율이 가장 높은 상황임에도 다른 후보를 물색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뼈아픈 대목이다.
무엇보다 당내 지지 세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박 장관에 대해 출마를 독려하는 움직임보다 제3의 인물을 찾는데 대한 실망도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박 장관은 개각 이후 출마 선언을 할 가능성이 높았지만 후임 장관 인선이 늦어지자 박 장관의 불출마설까지 나오고 있다.
후임 장관으로 하마평에 올랐던 여권 인사가 다주택 보유 등을 이유로 검증 단계에서 제외된 것도 박 장관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박 장관 문제는 사실 간단한 상황이다"며 "먼저 청와대가 후임자를 발표해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예상했던 후임자가 자체 인사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인선이 지지부진되면서 박 장관에게 출마를 결단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검증하고 있는 건 확실하지만 무엇 때문에 발표가 늦어지는 것까지 알 수 없다"며 "박 장관이 이번 선거에 출마 대상자로 거론되고 있으니 청와대도 늦지 않은 시간까지 결정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