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정혜민 기자 = 수능을 마치고 강릉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고등학생 10명이 숨지거나 치명상을 입은 '강릉 펜션 참사'가 2주기를 맞았다. 이 사고를 계기로 일산화탄소(CO) 중독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겨울철 일산화탄소 중독 사망사례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비대면 여가의 일환으로 펜션·차박·캠핑을 이용해 휴가를 떠나는 사람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숙소를 선택할 때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 여부 등 안전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18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4일 전남 고흥의 한 도로 버스 안에서 일명 '차박' 중이던 50대 고교동창 4명이 일산화탄소 중독돼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은 개조한 45인승 버스를 타고 전남 고흥으로 여행을 떠났으며 한 공원 주차장에 버스를 세워두고 잠들었는데, 잠들기 전 버스 시동을 끄고 경유를 사용하는 '무시동 히터'를 켜둔 것으로 전해진다.
같은 날 경기 동두천에서는 캠핑하던 20대 연인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텐트 내부에 액화가스 난로를 피운 흔적이 있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2년 전 고등학생 3명의 목숨을 앗아간 강릉 펜션 참사 역시 일산화탄소 중독이 원인이었다. 펜션 보일러가 무자격자에 의해 부실 시공됐으며 보일러 운전 진동으로 배기관이 조금씩 이탈해 이 틈으로 가스가 누출돼 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사고는 모두 겨울철 난방에 따른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라는 공통점이 있다. 일산화탄소는 석탄이나 석유 등 연료를 태워 난방할 때 발생하는데 색과 냄새가 없어 실내 일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져도 알아차리기 힘들다. 이 때문에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면 두통, 메스꺼움, 구토, 이명,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난다. 또 일산화탄소는 혈액의 헤모글로빈과 급격히 결합하는 성질이 있어 산소의 순환을 방해해 질식사로 이어질 수 있다.
소방청은 일산화탄소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 Δ가스보일러 배기관이 이탈하거나 찌그러진 곳이 없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Δ실내 난방 시 창문을 자주 열어 환기하고 Δ일산화탄소 감지경보기를 설치하라고 조언했다.
지난 2019년 한국소비자원이 전국 펜션 20개소를 조사한 결과, 일산화탄소 경보기가 설치된 곳은 단 1곳도 없었다.
하지만 올해 8월 공중위생관리법 및 도시가스사업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가스보일러를 사용하는 숙박업소와 글램핑장 등 야영시설은 모두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2021년 8월까지 설치해야 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연소하며 열을 내는 모든 난방장치는 무조건 일산화탄소가 발생한다"며 "가스보일러뿐만 아니라 일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모든 기기에는 경보기를 설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설치 자체도 중요하지만, 올바른 설치 방법에 대한 홍보도 필요하다"며 "일산화탄소는 공기보다 가벼워 위로 올라가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바닥보다는 천장에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텐트에서 난방기구를 사용할 때는 틈틈이 환기를 하고 장기간 사용은 자제하며 특히 잠잘 때는 꺼놓아야 한다"며 "이런 기본적인 수칙만 잘 지켜도 질식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조금 더 비싸더라도 안전상태를 고려해 숙소를 고르고, 숙박업소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들도 안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면 일산화탄소 중독 예방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며 여가를 보내기 위해 펜션을 예약하거나 차박·캠핑을 계획하는 사람이 늘었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활동도 자제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정세균 총리는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성탄절과 연말연시를 앞두고 호텔과 파티룸, 펜션에서 소모임 예약이 급증했다는 보도가 있다. 대규모 모임과 행사는 줄었지만 젊은 층 중심의 소규모 모임이 늘면서 강원이나 제주에는 빈방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참으로 개탄스러운 모습"이라며 "이번 연말은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동료의 안전을 위해 각종 만남이나 모임을 모두 취소하시고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해 주실 것을 다시 한번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