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술 취한 여성 도와주다 강제추행범으로 몰린 남성

괜히 도와주지말고 경찰부르는 게 현명할 듯

2020.12.18 07:59  

술 취한 여성을 도와주다 강제추행범으로 몰린 20대 남성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박영수 판사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 5월 서울의 한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에서 20대 여성 B씨 뒤에서 양손으로 B씨 팔을 붙잡는 등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추행의 고의가 없었고 피해자가 취해 몸을 비틀거렸기에 도와준 것이라고 항변했다.

지하철 안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서는 B씨가 지하철에서 내릴 때 A씨가 도와준다고 하는 걸 거절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후 지하철 역사 내 CCTV에서는 에스컬레이터에서 A씨가 B씨 뒤에서 양손으로 B씨 팔을 잡고 있다가 내릴 때 팔짱을 낀 모습이 잡혔다. B씨는 A씨가 자신을 안으려 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CCTV로 확인할 수 없었다.

재판부는 A씨가 지하철에 탔을 때부터 B씨가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어있는 옆좌석에 상체를 눕힌 채 잠들어 있던 점을 주목했다. B씨는 지하철역에서 내릴 때까지 잠에서 깨어나질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전동차(지하철)에서 내릴 때 '혼자 갈 수 있느냐' 물었고 이를 거절당한 것으로 보이나 피해자가 가는 데까지 같이 가주겠다고 동행했다"며 "피고인으로서는 심야에 젊은 여성이 만취해 귀가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도와주려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의 행위는 에스컬레이터에서 술에 취한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노력으로 보이며, 피고인이 피해자를 안으려고 했는지는 당시 사람이 너무 많아서인지 CCTV를 통해 확인할 수 없다"며 "술에 취한 피해자가 불안하고 당황해서 오해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형사재판에서 범죄 사실 인정은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당시 피고인에게 추행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할 수 없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 김준혁 인턴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