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 = 우울증을 앓던 서울의 한 여대생이 학내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타)에 힘들다는 글을 올렸지만 악플을 받고 고통을 겪다가 10월 초 극단적인 선택을 한 가운데, 유가족과 시민단체는 에타와 대학에 사이버불링(온라인 상 괴롭힘)과 악성댓글에 대해 대안적 조치를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서울 소재 여대생인 A씨는 10월 초 '악플을 단 인터넷 이용자들을 처벌해달라'는 유서를 남긴 채 자택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사망 전에 여러 차례 자신의 힘든 심경을 토로하는 글을 에타에 올렸지만 '조용히 죽어라'는 악플세례를 받았다.
2일 오전 청년참여연대 등 25개 청년·인권·시민사회단체와 피해자 유가족 측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씨는 생전에 같은 대학 구성원이 익명성에 기대어 남긴 '그냥 어서 죽어라'식의 악성 댓글과 게시글로 괴로움을 호소해 왔다"며 " 악성댓글, 사이버불링이 기업의 무책임한 방치와 대학 당국의 외면으로 계속되면서 한 사람의 인생을 앗아가 버린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에타는 전국 약 400개 대학의 454만 대학생 이용자를 보유한 국내 최대 커뮤니티 사이트 기업"이라며 " 철저히 익명으로 운영되는 에타의 자유게시판에는 차별적 혐오게시글이 난무하는데 주로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등 사회적 소수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억압적 분위기를 만드는 에타 안의 '주류문화'는 주류적 '정상성'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커뮤니티를 사이버불링의 장으로 만든다"고 비판했다.
이들에 따르면 에타 안에서 혐오 표현의 타깃이 되는 피해자들을 보호해줄 제도는 없다. 에타는 신고 수가 많아지면 자동으로 삭제하는 시스템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명목 상의 시스템이며 신고에 따른 사실관계를 전혀 확인하지 않아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아울러 이들은 대학이 사이버불링 피해자들을 보호할 최소한의 울타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상당수의 학내 인권센터에서는 아직까지 에타와 같은 온라인 상의 인권침해 사건을 해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한다"며 "사건을 접수해도 기업측에서 협조해주지 않아 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어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이날 호소문을 통해 입장을 전달한 유가족은 "익명이라는 미명하에 인간의 탈을 쓰고 악마같은 짓을 하도록 방치한 에브리타임 업체를 고발한다"며 "우리 아이가 에타 악플로 삶의 의욕을 잃어버릴 지경이 되도록 에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유가족은 "더 이상 에타로 인해 악플로 상처받고 고통스러워하는 일이 없도록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