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열흘 굶고 계란 훔쳐 징역 18개월 받은 40대 사연

'수원 장발장'

2020.07.16 07:01  
수원지법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절도) 혐의로 기소된 A씨(40대)에 대한 사건의 변론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News1 조태형 기자


계란 사진 (이 사진은 본 기사내용과 무관함)© 뉴스1 DB

(수원=뉴스1) 유재규 기자 = 훈제계란을 훔쳐 달아난 이유로 징역 18개월이 구형된 일명 '수원 코로나 장발장' 사건에 대해 법원이 변론을 재개하기로 했다.

당초 이 사건에 대한 선고가 16일로 예정됐지만 법원이 직권으로 선고를 미루고 재판을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수원지법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절도) 혐의로 기소된 A씨(40대)에 대한 사건의 변론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고 16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해당 형사사건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제12형사부(부장판사 박정제)는 지난 14일 형사소송법 제305조(변론의 재개)에 따라 종결된 변론을 다시 열고 속행을 진행하기로 했다.

형사법 제305조는 법원의 직권 또는 검찰, 피고인 측에서 신청한 결정에 의해 종결한 변론을 재개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수원지법 관계자는 "정확한 이유는 다음 속행에서 재판장의 설명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변론재개의 일반적인 이유는 양형에 대한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거나 심리 자체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에 이뤄진다. 또 국민의 높은 관심사안도 변론재개의 한 요인이다.

이 사건 경우도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사건 중 하나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3월23일 새벽시간대 경기 수원시 한 고시원에 침입해 총 5400원 상당의 훈제계란 18개를 훔쳐 달아난 혐의다.

A씨는 건설현장에서 일당 노동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중 코로나19 사태로 일거리가 없어지고 여기에 무료급식소까지 문을 닫자 이같은 '생계형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또 행정기관에서 지급되는 기초생활수급에 대한 혜택도 주거가 일정하지 않다는 이유로 받을 수 없게 됐다.

그는 수사기관 조사에서 "열흘 동안 굶고 있던 상황에서 전에 살았던 고시원의 훈제계란을 떠올린 것"이라고 진술했다.

A씨는 지난달 25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징역 18개월을 구형 받았다.

이를 두고 '훈제계란 18알을 훔쳤는데 구형량이 가혹한 것 아니냐'라는 여론이 거세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심지어 로라비커(Laura Bicker) 영국BBC 서울특파원도 자신의 SNS에 "대한민국 검사들은 배가 고파 계란 18개를 훔친 사람에게 18개월 (징역)형을 요구한다"며 "이는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42)가 받았던 형량과 똑같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 이야기는 달랐다.

훈제계란만 훔쳐 달아난 사건으로만 징역 18개월을 구형한 것이 아니라 A씨는 앞서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돼 이미 재판을 받고 있었고 이외에도 여러 절도범죄가 있었다는 것이다.

애초 보이스피싱 범죄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었는데 불출석하는 등 재판참여에도 성실히 임하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코로나 장발장' 사건으로 검거돼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는 것이 검찰 측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A씨의 동종전과는 9건 있으나 내용은 정확히 밝힐 수 없다"면서 "상습범으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특가법)'에 의해 최소 법정형은 2년이다"라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특가법 제5조는 절도관련 범죄로 '세 번'이상 징역형을 받은 사람이 다시 절도범행으로 누범(累犯) 한다면 2년 이상 2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검찰사건처리정보시스템'(PGS) 프로그램에 사건기록, 전과 등을 입력하면 정해진 산출식에 따라 구형량이 결정됨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A씨에 대해 사실상 구형량을 적게 내린 것이다.

A씨에 대한 변론재개 공판은 오는 24일에 열릴 예정이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