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강미숙씨, 37년만에 만났지만…끝까지 입 다문 친부

제대로 된 대화는 없었다?

2020.06.16 16:36  
강미숙씨(카라 보스) © News1 박승희 기자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해외 입양인 최초로 친자확인 소송을 내 승소한 30대 여성이 30여년 만에 친아버지를 만났지만, 제대로 된 대화도 나눠보지 못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강미숙씨(카라 보스)는 전날(15일) 오전 변호사 사무실에서 친부 오모씨와 만났다.

지난 12일 법원은 어린시절 미국에 입양됐던 강씨가 친부를 상대로 제기한 인지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번 판결로 강씨는 오씨의 가족관계증명서에 법적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됐다. 당시 선고가 끝나자 강씨는 감격에 겨웠는지 어깨를 떨며 흐느꼈다.

판결선고기일에는 오씨가 법원에 출석하지 않았기에 전날 두 사람의 만남은 37년만이었다. 하지만 오씨의 적대적인 태도 속에 대화는 10여분 만에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오씨는 가족이 붙여준 경호원 2명을 대동해 변호사 사무실에 나타났고 마스크에 모자, 선글라스까지 착용한 상태라 강씨는 오씨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고 한다.

강씨가 한국어가 서툰 탓에 통역도 준비됐지만 대화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강씨가 가장 궁금해하는 '엄마'와 관련한 얘기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강씨는 당시 상황과 관련해 "경호원이 있어 아버지와 단둘이 마주할 수도 없었는데 (아버지가) 매우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고는 10분만에 자리를 떠났다"고 전했다.

강씨는 1983년 충북 괴산의 한 시장 주차장에 버려져 이듬해 미국 미시간주 세리든의 양부모에게 입양됐다.

성인이 된 후 네덜란드 남편과 결혼해 두 자녀를 둔 그는 5년 전 딸을 낳은 후에야 한국인 어머니가 자신을 버림으로써 겪었을 고통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고, 어머니와 다시 연락하는 것을 바라게 됐다.

하지만 한국의 사생활보호법은 입양인의 경우 주소와 전화번호 등 친부모의 정보를 부모들이 동의할 때에만 얻을 수 있도록 한다.

이에 강씨는 2017년 한국을 여행하며 전단을 뿌렸는데 친부를 찾은 것은 2016년 자신의 유전자 자료를 온라인 족보 플랫폼 '마이헤리티지'에 올린 것이 계기가 됐다.

다만 한국 법원이 아버지의 성이 오씨라는 것을 빼고는 주소 등의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
강씨는 지난해 11월 친자확인 소송을 제기하면서 오씨의 주소를 알게 됐지만 그는 만남을 거부했다. 유전자 검사 결과 두 사람이 부녀일 확률은 99.9%였다.

앞서 강씨는 친자확인 소송에서 승소한 당일 서툰 한국어로 "엄마, 만나고 싶어요. 정말 미안해 하지 마세요. 그냥 오세요"라며 친모를 찾길 희망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