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찰이 실수로 깬 도자기 값이 7억? 법원갔더니..

배상책임은 얼마..? ㅎㄷㄷ

2020.05.11 09:52  
광주지방법원 전경. © News1

(광주=뉴스1) 전원 기자 = 가짜 도자기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실수로 진품 도자기를 파손했다면 책임소재와 배상 범위는 어떻게 될까.

도자기를 전남 고흥군에 임대해 준 실 소유자는 7억원 상당의 지급을 법원에 요청했지만 법원은 고흥군과 대한민국 정부가 공동으로 2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광주지법 제14민사부(부장판사 이기리)는 도자기 소유자인 A씨가 고흥군과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원고인 A씨는 7억원을 배상해 달라고 했는데, 법원은 고흥군과 정부가 공동으로 A씨에게 2000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문한 것이다.

A씨는 고흥군에게 2015년 7월1일부터 2035년 6월30일까지 20년간 중국 고대 도자기 등 3500점 이상을 임대하기로 했다.

임대 가격으로 고흥덤벙분청문화관 개관 전까지 2억4000만원, 개관 후에는 문화관 관람료 수입액 중 일부를 지급받기로 하는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임대차 계약에는 고흥군이 임대유물의 관리에 있어서 대여기간에 고흥군의 귀책사유로 발생한 일체의 사태에 책임을 진다고 약정했다.

임대차 계약에 따라 A씨는 2015년 8월4일 고흥군에게 도자기 등 3666점을 인도했다. A씨가 고흥군에 인도한 도자기 중에는 명대청화오채영회집호가 포함돼 있다.

문제는 이들 도자기 중 진품이 아닌 가짜가 고흥군에 임대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2018년 4월3일 경찰은 A씨가 고흥군을 기망해 가짜인 도자기 등을 중국 황실에서 사용하던 고대 도자기로 속여 계약을 체결했고, 2억40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와 관련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고흥군의 동의를 받고, 군청 2청사 기록전시관 수장고를 방문해 A씨가 고흥군에 임대한 중국 고대 도자기 등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 1명이 주전자 형태의 명대청화오채영회집호를 한손으로 들고 하단부를 확인하던 중 뚜껑 부분이 바닥에 떨어져 꼭지가 분리되는 등 파손됐다.

A씨는 고흥군이 수사 경찰관에게 사전에 도자기 취급 방법에 대한 주의를 주지 않았고, 경찰관의 수사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관해 도자기가 파손됐다면서 계약에 따라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또 경찰관도 직무를 집행하면서 도자기를 한손으로 부주의하게 확인하는 등의 과실로 도자기가 파손된 만큼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중국문화유산보호연구소 감정평가위원회의 감정을 근거로 해당 도자기의 가치가 7억원에 달한다며 고흥군과 대한민국이 연대해 지급해야한다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이같은 A씨의 주장에 법원은 고흥군과 대한민국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그 배상책임을 2000만원으로 봤다.

재판부는 "고흥군은 수사 중인 경찰관의 단순한 부주의로 발생한 것이고 경찰 조사에 참여하면서도 도자기에 대한 설명과 안내를 한 만큼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취급방법에 대한 주의사항을 안내하지도 않았고 경찰관이 도자기를 손으로 만지며 확인할 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고흥군이 임대차 계약에 따라 도자기 등을 보관하던 중 사고로 인해 도자기가 파손된 사실은 인정되는 만큼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대한민국 소속 경찰관이 수사 과정에서 도자기를 부주의하게 다룬 과실로 사고가 발생한 만큼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면서 A씨의 주장을 상당부분 인용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해당 도자기의 가치 감소액에 관해 사감정한 결과의 편차가 크고 해당 감정인들이 공정하고 신뢰성이 있는 전문가라고 인정하기 부족한 점 등을 보면 A씨가 제출한 감정결과를 그대로 채용하기 어렵다"며 "한국고미술협회는 '외국도자기는 고미술시장에서 거래가격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감정이 어렵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가 해당 도자기를 매수한 금액 등을 종합해보면 A씨가 사고로 인해 입은 재산상 손해는 2000만원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고흥군과 대한민국은 공동으로 A씨에게 2000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