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이비슬 기자 = '16세.'
이른바 '텔레그램 성착취물' 범죄 피의자 이모군의 나이다. '태평양'이라는 닉네임으로 아동 성착취물을 대량으로 유포했던 그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의 후예로 불릴 정도로 범죄 혐의 수준이 높다.
검거된 태평양이 아직 미성년자라는 사실에 시민들은 충격을 받았다. 비슷한 혐의를 받는 '로리대장 태범'(19)도, '커비'(18)도 모두 10대다. 시민들은 "어쩌다가 10대 미성년자들이 그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게 됐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전문가들은 2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들의 행태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들의 경우 부모의 지속적인 학대나 무관심 등이 작동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공감 능력과 죄의식 같은 사회성을 형성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이들 10대 어떻게 'n번방'에 합류하거나 독자적인 '제2의 n번방'까지 운영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공개되고 있지 않지만 향후 수사가 마무리되면 제대로 된 분석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사회가 알면서도 외면해온 10대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0대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내팽개쳐진 채 사이버상에서 게임 등을 하며 성장 과정을 보내면서 사회적 인격 형성 기회를 놓치게 된 것"이라며 "아이들이 가학적인 영상을 유포하고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 이유"라고 진단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0대 청소년의 디지털 성범죄는 충동성이 매우 강한 게 특징"이라며 "피해자들이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공격적이고 무분별하게 범죄가 자행되고 피해자들이 불안해 하는 상황을 즐기는 듯한 모습도 발견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구속 기소된 이군(태평양)은 박사방 운영진으로 활동하다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텔레그램 안에서 최소 8000명~최대 2만명이 가입된 '태평양 원정대'를 별도로 운영했다. 그의 텔레그램 대화방에서는 피해자 성 착취 영상을 포함한 최대 수천개의 음란물이 공유·유포됐다.
'제2의 n번방'으로 불리는 텔레그램 방을 운영하는 배모군(닉네임 '로리대장 태범')은 공범 4명과 역할을 나눠 피해자 유인과 영상제작과 배포까지 조직적으로 범햄을 저질렀다.
텔레그램 닉네임 '커비'를 사용한 고교생 조모군(18)은 성착취물 대화방으로 이어지는 '링크 공유방'을 운영했다. 그는 자신의 대화방에 성착취물 주소 링크를 대량으로 올랐고, 이용자들은 해당 링크를 눌러 성 착취물을 관전했다.
이 교수는 "성 산업의 가장 아래에 있던 아이들이 랜덤 채팅을 하다가 (새로운 디지털 창구인) 텔레그램으로 이동해 살림을 차렸다"며 "결국 손석희 JTBC 사장의 머리 꼭대기에 오를 정도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성인 남성 중심으로) 털레그램 성착취물 요구가 있으니 아이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라며 기성세대의 반성도 촉구했다.
시민사회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하는 소년법 개정 요구에는 전문가들은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공정식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소년이라는 것은 교화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인데, 미성년자들이 미숙한 상태에서 저질렀던 범죄를 엄벌했을 때 낙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소년법 개정은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오프라인에서 어른들로부터 배우며 올바른 가치관을 흡수하려 하지 않고, 그걸 가르치는 어른들을 오히려 위선자라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 과정에서 그릇되고 법위반에 해당하는 행위가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아이들이 기성 세대에 저항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소년법을 강화해 청소년을 강하게 처벌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는 게 공 교수의 진단이다.
소년법은 범죄 행위자가 미성년자인 점을 고려해 처벌보다 '교화'에 초점을 둔다. 형벌에 준하는 제제 조치를 한다고 하지만 미성년자 범죄자에게 너무 느슨한 법 체계를 적용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공 교수는 "소년법 형량을 높이거나 대상 연령을 낮춰도 범죄가 줄어들었다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며 "이른바 '학교 경찰'을 운용하는 것처럼 오프라인에서 범죄 관련 잘못된 인식을 개선할 수 있도록 어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에서도 성숙한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게 아이들의 불량 콘텐츠 접근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