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코로나19 '마음 전염'도 심각, '심리 방역' 방법은

'마음의 전염' 예방수칙.. 꼭 따라해보세요

2020.03.10 11:33  

[파이낸셜뉴스] 감염병은 눈에 보이지 않아 더 공포스럽다. 감염병 유행 초기에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내가 감염병에 걸리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컸다가, 점차 감염병 확진자가 늘어나면서부터는 타인에 대한 의심과 경계심이 커진다. 또 많은 사람들이 대면 접촉을 꺼리고 외출을 삼가다보니 답답함과 스트레스가 쌓여간다. 만에 하나 가까운 사람이나 지역 내 감염병 전파 소식을 들으면 불안감이 더욱 엄습해온다. 내가 감염병에 걸려 격리되면 학교와 직장 등 사회생활에 제약을 받고 타인에게 비난을 받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석훈 교수는 10일 "감염병이 유행하는 시기의 '심리적 방역'은 물리적 방역만큼이나 중요하다"며 "정신건강은 면역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나치게 감염 걱정, '건강염려증'
건강염려증은 실제 병에 걸리지 않았고 이상도 없지만 병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는 것을 말한다. 질병에 항상 사로잡혀 있어 사회생활이나 직장생활에 심한 영향을 받는다.

특별한 질병 없이 두통, 가슴 두근거림, 소화 장애, 배뇨 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같이 심한 상태는 아니라고 해도 감염병이 유행하고 있는 요즘, 많은 사람들에게서 감염병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건강염려증 치료의 지름길은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요인을 찾아내고 이를 해소하는 것이다. 감염병은 시간이 경과하면 종식되기 마련이다. 불가피한 상황은 조금씩 받아들이고 적응해 나가야 한다. 감염병 소식에 매몰되지 말고 질병관리본부의 공식 발표 등 확실한 출처가 있는 곳의 정보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또 만에 하나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대비해, 보건소나 선별진료소의 연락처를 정확히 알아두는 것이 좋다.

■감염병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누구든 사고나 자연재해, 위협적인 감염병 유행 상황에 처하면 정신적인 외상(트라우마)을 입을 수 있다. 이때 경험한 공포와 불안, 각성 반응은 며칠이나 몇 주간 이어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천천히 호전된다.

하지만 스트레스 반응이 한 달 이상 사라지지 않아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지속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증상으로는 △사건이 반복적으로 생각나고(재경험) △기분이 우울하며 지나치게 예민해 쉽게 화를 내고(정서나 각성의 변화) △사건과 관련된 활동, 장소, 사람을 피하거나 예전에 즐기던 활동에 흥미를 잃는 것(회피·무감각) 등이 있다.

적당한 불안감과 일부 스트레스는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보이는 정상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적정 수준을 넘은 과도한 공포와 걱정은 면역력뿐 아니라 모든 건강 요소를 해칠 수 있다. 따라서 부정적인 반응을 적절히 조절해 넘기는 것이 중요하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치료하지 않으면 환자의 40%는 가벼운 증상, 20%는 중등도의 증상을 지속적으로 경험한다. 10%는 증상 호전 없이 악화되기도 하므로 전문가와 상담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감염병 유행 시기에는 평소 다니던 의료기관에 연락해 전화상담 및 처방이 가능한지 확인해보거나, 감염병 걱정 없이 진료가 가능한 코로나19 국민안심병원에 방문해 치료를 받아볼 수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심리요법과 약물로 치료한다. 복식 호흡을 비롯한 이완 훈련을 통해 스스로 긴장을 풀고 심신이 안정을 취할 수 있게 한다. 인지치료에서는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악화시킬 만한 생각을 확인하고, 왜곡된 점이나 부적절한 감정을 교정한다. 노출치료는 안정된 환경에서 트라우마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며 부정적인 느낌과 생각을 점차 조절하게끔 돕는다. 약물치료도 도움이 된다. 약물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흔히 나타나는 증상인 불안, 공포, 감정기복, 충동성, 과민함을 완화시킨다.

■스트레스 취약하면 '우울증' 발생
강박적이거나 염세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거나 스트레스에 취약한 성향이 있는 사람들은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보고가 있다.

같은 스트레스라도 사람마다 심각하게 느끼는 정도는 다르다. 남들이 보기에는 별 것이 아닌 스트레스가 어떤 사람에게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요즘 시기에는 자신의 건강 문제에 지나치게 사로잡히는 사람이 있다. 무슨 큰 병에 걸린 것 같기도 하고 신체의 작은 불편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혹시 병에 걸렸을까 염려해 내과 등 다른 과를 찾는 경우도 있다. 불면, 식욕부진 등의 신체 증상은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경험하므로, 위 증상을 우울증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도 있다. 만약 잠이 오지 않고 잠이 들더라도 자주 깬다거나, 식욕과 성욕이 줄어들거나, 쉽게 피로해지지만 원인이 분명치 않다면, 우울증은 아닌지 면밀히 검토해 봐야 한다.

수면부족은 우울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와 서로 밀접하게 얽혀있다. 불충분한 수면은 호르몬 불균형을 부르고 이는 면역력 저하로 이어진다. 또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해 피로감이 쌓이면 우울감이 나타나 면역력에 악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감염병 시기 수면 시간을 6~8시간 정도 충분히 확보하고 수면의 질을 높이는 것은 우울감 해소와 면역력 증진을 위해 중요하다. 수면중추가 강한 사람은 잠깐 쉴 때도 토막잠을 잘 수 있고 시끄럽거나 추운 환경에서도 잠을 잘 수 있다. 하지만 수면중추가 좋은 사람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수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감염병이 유행할 때는 아래의 수면습관을 지켜 수면 질을 잘 관리해야 한다.

또 잠깐이라도 햇볕을 쬐는 시간을 갖는 게 좋다.
햇빛은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차단한다. 그 대신 몸에 활력을 주고 기분을 좋게 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한다. 신진대사 활동이 증가하고 뇌 움직임도 빨라지며 스트레스가 감소한다.

'마음의 전염' 예방수칙 10가지
1. 감염병 유행 상황을 받아들이고 더 이상 압도되지 않게 안정감 회복하기
2. 감염병에 대한 자극적인 정보나 부정적인 말 최대한 자제하기
3. 움츠러들거나 무기력한 기분에서 벗어나 일상에 필요한 일 조금씩 시작하기
4. 휴식, 균형 잡힌 식사, 간단한 실내 몸 풀기로 신체건강 유지하기
5. 술, 커피, 담배 줄이기
6. 음악, 목욕, 명상을 통해 긴장 푸는 시간 충분히 갖기
7. 혼자 너무 고독해 지지 않도록 가족이나 주변 사람과 자주 연락하기
8. 보건당국이 발표하는 정확한 정보를 접하고 의료진에게 믿음 갖기
9. 이사와 같은 큰 결정은 잠시 미뤄두기
10. 정신 상담이 필요하면 위기상담전화 통해 도움받기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