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스1) 박세진 기자,여주연 기자 = 부산의 한 주택 안 철장에 갇혀 있던 고양이 수백마리(뉴스1 2월14일 단독보도) 가운데 단 10마리만 구조된 채 나머지는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부산시와 수영구는 수용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남겨진 고양이를 외면하고, 구조한 고양이도 '유기동물'로 분류해 안락사 위험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7일 부산시와 수영구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수영구의 한 2층짜리 주택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결과, 철장 등에 갇힌 상태로 발견된 고양이 260여마리 가운데 10마리만 구조된 것으로 확인됐다.
구조된 고양이는 질병을 앓고 있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견돼 긴급 구조됐으며, 이 가운데 2마리는 치료 중 숨졌다.
현재 250여 마리는 여전히 2층 주택에 있는 상태다. 이들 고양이 대부분은 작은 철장에 많게는 10여마리가 함께 사육되고 있어 위생 등이 위험한 상태로 알려졌다.
여귀선 큰마음 고양이메디컬센터 원장은 "고양이는 영역동물이기 때문에 철장 안에 여러 마리 갇혀 있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발생한다"며 "치료 중인 고양이들한테서 호흡기 감염과 곰팡이성 피부염 증상이 모두 나타났기 때문에 남아 있는 고양이들도 격리해 검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영구는 사실상 남겨진 고양이를 방치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먹이를 안 준다 거나, 위생상 심각한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며 "동물보호법 위반이 입증되기 전까지 강제로 구출해낼 수 없고, 구출한다고 해도 수영구 연계 보호소에서는 100여마리만 수용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행법에는 동물학대가 의심될 경우 소유주로부터 3일 이상 강제 격리조치 할 수 있다. 철장 등 고양이 확대가 의심되는 상황인데도 관할 구청이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심인섭 동물보호단체 라이프(LIFE) 대표는 "구조된 10마리 대부분 심각한 질병에 노출됐거나 저체중 증세를 보이고 있어 동물학대로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시청과 수영구가 학대의 범위를 너무 소극적으로 해석해 더 구조할 수 있는 여지를 줄여버렸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관할기관이 이유로 든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가 입증되는데 수개월이 걸린다는 점이다. 경찰 수사, 검찰 기소 등 재판이 진행돼 형이 확정되기까지 최대 수년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심인섭 대표는 "그동안 철장 안에 갇힌 고양이들이 추가로 질병을 얻거나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압수수색을 집행한 남부경찰서는 좁은 철장에서 고양이 수백 마리를 가둬 키우는 것만으로도 동물보호법상 학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적으로 고양이들을 구조해낼 수 있는 지 법률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수영구가 구조한 10마리를 '유기동물'로 분류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유기동물의 경우 10일 안에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를 할 수도 있다.
심인섭 대표는 "구청이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부터 한달 가까이 아무런 대책도 세워놓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경찰이 지난 13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수영구 한 주택을 압수수색한 결과 A씨 등 2명이 고양이 260여 마리를 철장 안에 가둬놓고 사육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날 각 철장 마다 여러마리의 고양이가 갇혀 있었던 점과 품종묘와 새끼 고양이가 다수 발견된 점 등을 토대로 학대와 불법 생산업 의혹이 제기됐다.
수영구에 따르면 A씨 등 2명은 '동물생산업' 허가를 받지 않았지만, 경찰에 최근 지자체 허가를 받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고양이를 길러온 사실은 인정했으나 판매 혐의는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