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돈을 갚지 않고 9년간 도망 다닌 지인을 붙잡았지만, 되려 "내가 더 손해를 입었다"며 큰소리를 치자 이에 격분해 흉기로 찔러 살해한 60대에게 1·2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씨(67)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7년을 선고했다.
사건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씨로부터 빌라 분양사업가 2명을 소개받은 김씨는 2010년 2월~2011년 2월 이들에게 총 1억7000만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분양사업가들에게 빌라 건축 비용을 빌려준 다른 채권자들에 의해 빌라 신축 부지에 설정된 근저당권이 실행되는 바람에 김씨는 투자금 1억7000만원을 모두 날리게 됐다.
2010년 10월께 A씨에게 5000만원을 빌려줬으나, 이 역시 돌려받지 못했다.
7년 후 김씨는 A씨를 상대로 "돈을 돌려달라"며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2018년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A씨는 핸드폰 번호를 바꾸고, 위장 전입을 하는 등 김씨를 피해다녔다.
마침내 김씨는 A씨의 거주지를 찾아내게 됐고, 지난해 5월10일 오후 12시께 A씨의 거주지인 인천 부평구 소재 빌라 주차장을 찾아가 돈을 갚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A씨는 되려 "내가 더 손해를 봤다. 그만하자"며 큰 소리로 화를 냈다.
격분한 김씨는 흉기로 A씨의 복부를 한 번 찌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곧 바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같은날 오후8시22분께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김씨는 "A씨를 흉기로 찌른 것은 사실이나, 처음부터 살해할 생각은 없었다"며 "몸싸움 중 우연히 옆에 있던 흉기를 들어 찌른 것이다"며 살해의 고의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먼저 1심 재판부는 Δ흉기로 찌른 부위가 생명과 직결되는 복부인 점 Δ흉기에서 여러명의 DNA가 나왔으나 김씨가 흉기의 준비 여부에 대해 진술을 번복했던 점 Δ단 한 차례 찔렀어도 상처의 깊이가 10cm 이상인 점 등을 들어 살인의 고의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봤다.
다만 계획적으로 범행을 준비하고 살인을 저질렀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1심 재판부는 "A씨의 가족들은 엄벌에 처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며 "다만 김씨는 A씨를 믿고 투자하거나 돈을 빌려 준 후 경제적으로 매우 궁핍한 상황에 처하자,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에 불복한 김씨와 검찰은 항소장을 제출했고, 사건은 서울고법으로 넘어왔다.
2심도 1심이 옳다고 봤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