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광대축소수술 중 의료용 톱을 무리하게 사용해 환자의 뇌막, 두개골을 자르고, 3시간 넘게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의사에게는 어느 정도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민사, 형사재판에서는 의사의 과실이 전부 인정됐지만, 수술의 난이도, 손해배상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책임 범위가 80%로 제한됐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9부(부장판사 이창형)는 사망한 A씨의 유가족이 강남 소재 유명 성형외과 병원장 차 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유가족들에게 총 4억859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차 원장은 2017년 10월2일 오후 5시30분께 피해자 A씨를 대상으로 광대축소 수술을 하던 중 의료용 톱을 무리하게 조작해 두개골, 뇌막을 절개한 혐의를 받는다. 머리뼈가 골절된 B씨는 오후 7시께 과다출혈로 의식을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광대축소술은 앞쪽 골막을 박리한 다음 의료용 톱으로 양쪽 광대뼈를 L자 형태로 분리한 후 이를 다시 뼈 안으로 집어넣는 고난이도 수술이다. 이 때문에 수술 후에는 환자의 맥박, 호흡 등 활력징후를 관찰해야 하며, 만일 의식을 잃을 경우 인근 대형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차원장은 동공반사가 소실되고, 맥박이 빨라진 A씨를 약 3시간20분 가량 방치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결국 밤 11시가 넘어서야 인근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도착했지만, 다음날 오후11시26분께 수술 부작용인 뇌부종으로 사망했다.
먼저 민사 1심은 차 원장의 과실로 A씨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봤다.
1심은 "A씨가 서명한 수술동의서에는 수술 후 뇌손상, 뇌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 써있지 않다"며 "설명의무를 위반해 수술 여부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Δ신경외과 감정의가 일찍 상급병원에 도착했으면 소생 가능성이 있다고 진술한 점 ΔA씨에게 뇌부종 등을 야기할 질환이 없었던 점 Δ광대축소술 중 두개골이 절골될 가능성은 통상적으로 드문 점 등을 들어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모든 과실이 인정됐어도, 차 원장의 책임비율은 80%로 제한됐다. 책임비율은 의료진의 과실뿐 아니라 수술의 난이도, 손해배상 제도의 형평성,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이다. 장례비, 위자료, 상속세 등을 합친 금액에 책임 비율을 곱해서 받기 때문에 의료 손해배상 사건에서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이에 대해 1심은 "의료 행위는 본질적으로 모든 기술을 다 하더라도 예상외의 결과가 생기는 것을 피할 수 없는 고도의 위험한 행위"라며 "차 원장의 과실로 A씨가 사망했다고 하더라도 모든 손해를 과실 있는 의료진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공평, 타당한 분담을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이에 A씨의 아버지에게는 병원 치료비 640만원, 장례비 500만원, A씨가 살았을 경우 평생 벌었을 소득의 절반(부모 각각 반반)인 4억3973만원, 위자료 1000만원 등을 합친 금액의 80%인 2억4501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같은 방식으로 A씨의 어머니에게는 아버지가 지급한 병원치료비를 뺀 나머지 금액인 2억3589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부양의무가 없는 A씨의 언니에게는 위자료 500만원만 인정됐다.
해당 판결에 불복한 A씨의 유가족 측은 항소했고, 사건은 서울 고법으로 넘어왔다. 2심 민사 재판부도 1심이 옳다고 봤다.
이후 차 원장은 A씨의 유가족에게 손해배상을 했고, 이는 차 원장의 양형에도 반영이 됐다.
형사 1심은 "피해자의 유족들은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다만 손해배상액을 지급하고, 추가로 금액을 공탁한 점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21일 해당 판결에 불복한 검찰이 항소하면서 차 원장은 2심 판단을 받게됐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