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1) 박진규 기자 = 광주의 한 숙박업소 증축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진동 등으로 인접 다세대 주택 건물이 기울고 있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우려를 낳고 있다.
감독기관인 지자체에서는 수차례 민원제기에도 불구하고 시공업체와 민원인 간의 문제라며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7일 광주 광산구 쌍암동 A모텔 주변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해 5월 해당 모텔이 주차장 부지에 11층 규모의 증축공사를 진행하면서 진동이 발생 인접 건물들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주민들의 항의에도 시공업체는 공사를 강행했고, 인근 건물에 300여 개의 균열이 발생하고 인접 다세대주택은 옆으로 기울었다.
주민들은 A업체가 바닥콘크리트 해체작업을 저소음·저진동 기계와 장비를 분산 투입해 공사를 해야 함에도 이를 지키지 않고 포크레인으로 파헤쳐 피해가 컸다고 주장했다.
구청에서는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지 않고 주의 조치로만 일관하는 등 사태를 방치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특히 진동과 소음으로 민원을 제기할 때마다 구청측에 단속을 요청했으나, 구청 직원들이 현장에 도착하기 직전 공사가 멈추는 일이 반복되면서 구청과의 유착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한 주민은 "공사로 인해 심한 소음과 진동으로 몇 달동안 건물이 무너지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지은 지 5년 밖에 안된 건물의 곳곳에 균열이 생겼는데, 업체는 '우리 공사와 상관없다'며 발뺌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 다른 주민은 "유독 진동이 심한 날에 밖을 보니 땅 속에 콘크리트 파일 8개를 묻고 있어 영상을 찍어 광산구에 제보했다"면서 "시공업체 대표와 구 고위인사가 같은 고향 출신이라 구청에서 봐준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광산구 관계자는 "인접 건물들이 있어 건설사가 충분히 피해가 가지 않는 방법으로 공사를 했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또한 옆 다세대 주택의 균열은 세입자들이 살고 있어 직접 확인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건설업체와 피해주민의 공방 끝에 지난해 9월 안전진단을 실시한 결과 다세대 주택이 41㎜ 기운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진단 이후에도 구청 측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현재도 공사는 진행중이다.
구 관계자는 "1차 안전 진단 결과 건물이 기운 것으로 확인됐지만, 인접 공사로 인해 기운 건지 알 수 없다"며 "피해에 대한 보상은 당사자간 합의사항이지, 구청에서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사 9개월째인 현재까지 건설사와 피해 주민간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계속되는 민원제기에 광산구는 이달 중순 추가 기울기 측정을 위한 안전진단을 실시키로 했다.
피해 주민은 "그동안 건물이 상당 부분 기운 것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고 건물이 다 완공돼 가는 현 시점에서 추가로 기울었을 경우만 책임을 묻겠다는 합의서를 구청이 종용했다"면서 "더욱이 이전 수차례 협상에서도 업체 직원이 담당 공무원 앞에서 서류를 집어 던질 정도로 안하무인으로 행동했다"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구청의 중재를 믿을 수 없어 변호사와 상의중"이라며 "이러다가 건물이 무너지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고 울분을 토했다.
시공업체 측은 "우리가 자체 측정한 결과 옆 건물의 기울기는 없다"며 "다만, 다세대 주택의 마감재가 좀 틀어져서 기운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한 "내부 균열은 공사로 발생한 사안인지, 원래 건물에 균열이 있었는지는 조사해 봐야 한다"며 "추가 안전진단 결과 더 기울었으면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