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1) 이훈철 기자 =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국 경제 설명회(IR)에 참석한 해외투자자들이 한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해외금융기관 및 투자자들은 이밖에 한국의 반도체 수출상황과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발표자로 나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가 질문시간을 할애하며 한국 세일즈 외교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첫 질문자로 나선 토마스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은 "최근 한국 물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느냐"며 "이런 현상이 디플레이션 시작이라고 보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패트릭 도일 BoA메릴린치 주식영업 부문 대표는 "종합적인 한국 경제 현황에 관한 보고에 감사하다"며 "한국 경제의 지난 몇 분기 이어진 수출 부진은 반도체 산업 때문으로 보이는데 언제쯤 회복 가능한지, 한국 정부가 수출 부진 관련 별도의 대책 갖고 있느냐"고 물었다.
홍 부총리는 참석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부연설명을 추가해 답변했다. 홍 부총리는 우선 디플레 우려에 대해 "한국 경제 소비자물가가 이제까지 대개 1% 이내 수준에서 증가해오다가 지난 9월 0.4% 하락을 기록했다"며 "주된 요인은 지난해에는 농산물과 유가가 비쌌는데 올해는 작황 호조로 농산물값이 하락하고 국제 유가도 낮은 것이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홍 부총리는 "일각서 이런 모습을 보고 한국 경제가 디플레에 빠진 것 아닌가 하는 지적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한국 정부로서는 디플레 가능성에 대해서는 경계하고 있으나 현재 디플레 상태이거나 디플레가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또 "디플레가 된다면 경기 침체나 자산 가격 급락이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 경제가 침체에 빠진다거나 자산 가격 급락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 디플레 상황에 있다는 얘기는 적절치 않다"며 "정책 당국으로서 디플레 가능성은 경계하지만 한국 경제가 디플레에 빠져 있다거나 디플레 우려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는 또 반도체 수출에 대해 "우리 수출의 21%가량을 차지하는 반도체의 가격이 지난해 급락하면서 한국 수출이 10개월 연속 감소했다"며 "중국 수출이 줄어든 것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중 무역갈등이 한국의 대중 수출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도체 수출의 경우 물량이 마이너스가 아닌 플러스로 나타난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가트너에 따르면 반도체 업황은 내년 상반기에 업턴(up-turn)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미중 무역 갈등 같은 국제적인 무역 긴장과 갈등이 조속히 해결되는 대외적인 측면에서의 호의적으로 여건이 개선되는 게 한국 경제로서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투자자들은 우리 정부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공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등 확장적 재정정책과 노동, 경제정책에도 관심을 나타냈다. 또 이날 IR에서는 남북경협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홍 부총리는 "재정 정책의 경우 PPT서 말한 것처럼 올해 재정 확장이 9.5% 증가했고 내년에는 9.3%로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확장 기조로 예산을 편성했다"며 "통화 정책과 관련해서는 한국은 지난 7월 금리를 0.25%포인트(p) 낮춘 이후 어제 또 0.25%p 낮추면서 통화 정책도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같이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또 한국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친화적인 정책을 계속 도입할 것이냐는 질문에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여러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이나 주52시간 근무제, 노동 규범에 대해 정책 도입이 이뤄지고 있다"며 "그 방향이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다만 경제, 기업 등이 발맞춰 흡수, 보조할 수 있는 수준에서 가져가야 하는데 과거 2년 동안에는 시장 기대보다 다소 빠르게 진행된 측면도 있는 것 같다"며 "정부로서는 시장의 부담이 갈 정책은 세밀하고 촘촘하게 보완 작업을 해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는 또 남북경협에 대해 "앞으로 한국 경제와 관련해 북한 비핵화 문제가 잘 진전돼 남북 경협이 본격화한다면 한국 경제에 가장 큰 변화 요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남북 경협이 본격화한다면 동북아 경협으로까지 확대될 폭발력 있는 사안이다. 북미 간 진전되고 있는 비핵화를 위한 대화와 진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홍 부총리의 적극적인 한국경제 세일즈에도 불구하고 현지 전문가 사이에서는 올해 한국 성장률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도 나왔다.
딕 리피 에버코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한국 동행취재단과 인터뷰에서 한국 성장률 전망에 대해 "솔직히 정부 전망보다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2%보다는 낮게 보고 있다"며 "재정과 통화 정책 폴리시믹스가 된다면 내년 전망은 좀 더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