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우리은행이 판매한 독일 국채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에서 원금전액을 사실상 모두 날린 사례가 처음 나왔다. 시민단체는 이날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을 상대로 DLF 계약 취소 민사소송을 처음으로 제기했다.
25일 우리은행과 피해 투자자 등에 따르면 오는 26일 만기인 'KB 독일 금리연계 전문투자형 사모증권 투자신탁 제7호(DLS-파생형)'의 손실률이 98.1%로 확정됐다. 이 상품은 총 48건 83억원어치가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손실률을 대입하면 83억원 중 1577만원만 돌아온다.
상품 제안서에 따르면 이 상품은 4개월 만기 펀드로 만기시 독일 10년물 금리가 -0.30%을 기점으로 1bp씩 떨어질 때마다 투자원금의 3.33%씩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금리가 계속 떨어져 -0.601%에 도달하면 원금을 모두 잃는다. 지난 24일 당시 독일 10년물 금리는 -0.619% 기록했다. 상품 구조상 원금 모두를 날린 것이다.
다만 손실률과 무관하게 받는 확정금리(쿠폰금리) 명목으로 원금의 1.4%와 더불어 자산운용 잔액 변화로 인한 수수료 명목으로 원금의 0.5%가 고객에게 돌아간다. 이를 고려했을 때 1억원 투자시 1.9%에 해당하는 190만원만 건질 수 있는 것이다.
해당 상품에 4억원을 투자한 A씨(71·남)의 딸 B씨는 "지난 5월 이미 독일 금리는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었는데 상품을 판매한 것은 고객 기만행위이며 사기"라며 "원금이 100%까지 손실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도 듣지 못했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특히 A씨는 DLF 상품 가입 대상자가 아닌 3등급으로 분류된 투자자로 확인됐다. A씨의 '투자자 확인서'에 따르면 A씨의 투자성향 점수는 65점으로 3등급(위험중립형)에 해당한다. 금융투자협회의 표준투자권유준칙에 따르면 파생상품은 손실범위가 크고, 구조가 복잡해 공격 투자성향 등급인 1등급에 해당되는 투자자만 가입 대상이지만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이날 시민단체 금융소비자원은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법인, 담당 프라이빗뱅커(PB) 등을 상대로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 계약 취소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23일 키코공동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가 우리은행을 상대로 사기 판매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형사고발장을 제출한 지 한달 만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이들 은행은 상품의 위험요소와 상품 구조의 복잡성을 설명하지 않고 안전 자산인 것처럼 거짓말로 가입시켰다"며 "서류에 대해 설명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허위 기재 및 서류를 교부하지 않는 등 기만행위를 해 계약 취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다만 민사소송시 추후 이뤄질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의 분쟁 조정 결과를 지켜볼 수 없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제53조 2항에 따르면 이미 법원에 제소된 사건이나 분쟁조정을 신청한 경우 분조위에 분쟁 조정 신청이 회부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소송 참여 투자자가 분조위 조정 배상비율 보다 낮은 금액을 받아 손해를 입을 가능성도 있다.
송성현 변호사(법무법인 한누리)는 "민사소송으로 최대 100%까지 배상을 받을 수도 있지만 자칫 분조위 배상비율보다 낮게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누리를 통한 단체 소송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40여명은 추후 분조위가 조정하는 배상 비율을 보고 최종 소송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독일 금리를 포함한 주요국 금리는 추석 이후까지 반등세를 보였으나 19일을 기점으로 급락하고 있다. 지난 19일까지 반등한 부분도 지난 8월 장단기 금리 역전과 경기 침체 가능성까지 겹쳐 급격히 빠진 것에 대한 일종의 반등세라는 분석이다.
독일 금리가 연말까지 하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남은 만기분도 원금 전액이 날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독일의 경우 재정 지출 부분이 수반된다면 소폭 상승할 수 있지만 그러지 않을 경우 하락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다"라며 "연말까지 완만하게 하락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