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댓글로 동료의사 '대리수술' 고발한 병원장...무죄

댓글 내용이.. "의사들 사이에서는 대충 200~300명은 죽인 걸로 소문이 파다함"

2019.09.25 07:00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댓글로 서울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 병·의원의 대리수술 실태를 고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성형외과 병원장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적시한 내용에 비방의 목적이 없으며,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면 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김모 성형외과 병원장(51)에게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유령수술'은 이른바 대리수술로, 원래 집도하기로 한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가 대신 수술을 하는 것이다. 이는 타인을 기망해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는 사기죄에 해당한다.

김씨는 지난해 2월께 충남 천안시 자택에서 유령수술의 실태를 고발하는 기사의 댓글란에 '여긴 코리아이지만 G 모, W 모, I 모 등등 성형외과에서 유령수술하다가 죽인 사람 꽤 많다고 알려져 있죠. 복지부는 아예 실태조사도 안해요. 의사들 사이에서는 대충 200~300명은 죽인 걸로 소문이 파다함' '수술하다 죽이고 3억5000만원 쥐여주고 보험처리하고 보호자들 입막고 병원장은 보험회사에서 3억5000만원 돌려받고' 등을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 측은 6년간 수집한 성형외과 의료사고 사망사건 기사 60건, 의료사고 후 해당 병원 의사들의 녹취록을 제시해 G 성형외과에서 200~300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구체적인 비율 및 수치를 추정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해 해당 부분을 허위 사실로 판단했다.

다만 대리수술 중 사망한 유가족에게 3억5000만원을 지급해 입을 막았다는 사실에 대해서 재판부는 "해당 합의 사실은 병원 측 증인이 모두 인정했다"며 "진실과 약간 차이가 있더라도, 피고인이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현재 G 성형외과 관계자들이 사기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중이며, 민사소송 1심에서는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되기도 했다"며 "피고인은 천안에서 성형외과 병원을 운영하는 사람으로 경쟁관계에 있어 비난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Δ김씨가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의료사고 진상조사위원회로 활동한 점 Δ대한성형외과의사회 임원으로 활동하며 G 성형외과 측 관계자를 상해죄로 검찰에 고발한 점 ΔTV 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하는 등 5년간 유령수술의 문제점을 알린 점을 들어 해당 발언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대법 판례에 따르면 적시한 사실이 국가·사회·기타일반 다수인 등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며,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없다면 형법 제70조 제1·2항에 해당하는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