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초등학생 3명을 유인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미성년자 유인죄라는 범죄의 특성을 고려할 때 범행 시각·장소가 이례적이고, 피고인이 함께 있던 일행과 아무런 얘기 없이 여러 명을 한꺼번에 유인하려 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는 미성년자 유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씨(33)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6월24일 오후 경기 고양의 한 아파트 상가 앞에서 초등학생인 피해자 A군(9) 등 3명을 유인하려고 했으나, 부근을 지나던 A군 부모의 제지로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씨는 지갑 안쪽을 보여주며 "5만원을 줄 테니 따라와라"고 했지만 학생들은 응하지 않았다. 이후 "내가 너희 학교 교장선생님 동생이다"라고 말하며 바닥에 놓인 A군의 가방을 집어 들고 도망가 피해자들이 쫓아오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이러한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의도에 대해서는 "단지 장난을 칠 생각이었을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도 범행 시각·장소, 당시 상황, 이씨의 발언·행동 등을 고려할 때 이씨가 학생들을 속이거나 유혹해 자기의 지배하에 두려 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당시 사건이 일어난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이었고, 사건이 일어난 곳도 대로변에 있는 편의점 앞으로 인근에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었다. 시각도 환한 대낮이었다.
이씨는 사건 당시 자신의 일행 3명과 함께 있었는데, 학생들에게 따라오라고 하거나 가방을 들고 튄 사람은 이씨뿐이었고 나머지 일행은 이씨를 지켜보고만 있었다.
또 이씨가 피해자의 가방을 들고 뛴 방향은 아파트 정문 앞 경비실 쪽이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미성년자 유인미수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씨의 발언에 대해 학생 중 한 명은 "장난치는 느낌이 들었고 전혀 무서운 느낌은 아니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안 판사는 "이씨의 언행이 피해자들로 하여금 겁을 먹게 할 수 있고, 그러한 상황을 지켜보거나 전해들은 부모가 겪었을 걱정과 두려움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난삼아 한 행동에 불과하다 해도 피해자나 부모에게는 그 자체로 매우 위험성이 큰 행동으로 비칠 것"이라며 "검사가 이씨의 범의를 추단할 만한 정황이 불충분한데도 기소에 이른 것은 그러한 위험성을 엄중하게 경고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에 입각한 걸로 짐작된다"고 설명했다.
검찰 측이 1심 판단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이씨는 다시 한 번 법의 판단을 받게됐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