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지난 2013년 고려대학교 학내 게시판에 붙은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가 6년 만에 같은 자리에 또 등장했다. 6년 전 대자보가 철도민영화 등 사회문제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면, 이번엔 현 정부를 향한 한탄이 담겼다.
23일 고려대 후문 앞 학내 게시판에 컴퓨터공학과 14학번 명훈씨가 붙인 '그래서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는 최근 여러 의혹이 연이어 불거지고 있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된다.
명훈씨는 "불과 두 주 전, 대한민국 법무부의 새로운 수장이 내정되었다"며 "물론 다른 누구보다도 정의롭고 권력에 굴복하지 않으며 조국의 안녕을 위해 거침없이 대검을 뽑을 수 있는 사람일 것"이라고 조 후보자를 설명했다.
다만 바로 밑에 이어 "지금 이 순간에도 새벽 공기를 마시며 논문을 써내려 가는 대학원생들이여, 도대체 당신은 고작 2주짜리 랩 인턴은 왜 안 했습니까?"라며 최근 제기되고 있는 조 후보자 딸에 대한 의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조 후보자 딸 조모씨는 2008년 한영외고 재학 당시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가량 인턴을 하며 실험에 참여한 뒤 같은 해 12월 대한병리학회에 제출된 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단국대에서 해당 사안을 조사 중에 있다.
명훈씨는 이어 촛불시위를 통해 탄생한 이번 정부가 이전과는 다르지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냈다. 그는 "우리는 여전히 정치와 경제에 무관심할지도, 모를지도 모르겠다. 다만 우리는 부패한 권력을 끌어내린 역사의 현장에 당당히 자리했고, 촛불로 쌓아 올린 세상이 적어도 한걸음쯤은 나아갔다고 믿었다"며 "이제는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앞서 말한 권력이 지금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것 같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세상이 자신이 속한 세대를 'N포 세대'라 칭하며 열정도 패기도 없다고 깎아내린다며 일침을 날렸다.
명훈씨는 "68%에 이르는 대학진학률을 등에 업고 서너 자릿수의 경쟁률을 자랑하는 대·공기업에 지원하자면 어학성적은 스펙이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한 시대"라며 "달랑 제 이름 석 자만 가지고 이 불구덩이에 뛰어든 것이 우리 세대 아닌지"라고 말을 이어갔다.
명훈씨는 "그저 묻고 싶다. 별달리 유난한 것 없이 잘 살고 계시느냐"며 "(대자보가 처음 붙은 지)6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안녕들 하시지 못하느냐"는 말로 끝을 맺었다.
앞서 2013년 12월 당시 고려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주현우씨는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대자보를 붙이고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과 철도민영화 등 사회문제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주씨는 당시 대자보를 통해 "88만원 세대라 일컬어지는 우리는 단 한번이라도 스스로 고민하고 목소리내길 종용받지도, 허락받지도 않았기에 그렇게 살아도 별 탈 없으리라 믿어왔다"며 "다만 묻고 싶다. 남의 일이라 외면해도 문제없으신가. 안녕하지 못하다면 소리쳐 외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