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스1) 박기범 기자 = 보수텃밭 부산을 되찾기 위한 보수정치권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반문(反文) 전면에 서 있는 이언주 무소속 의원이 사실상 부산 출마를 선언했고, 지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연이어 패하며 인적쇄신 대상에 거론됐던 자유한국당 다선 의원들은 주요 당직을 맡으며 위기를 기회로 이용하고 있다.
부산 영도출신으로 부산 출마설이 이어졌던 이언주 의원은 지난 25일 부산 서면 영광도서에서 열린 '나는 왜 싸우는가'의 출판 기념 사인회 및 특강을 진행했다. 지난 22일 출판기념회 후 지방일정은 이번 부산 방문이 처음이다. 그만큼 부산에 공을 들인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의원은 이날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부산 시민들이 저를 굉장히 아껴주시고, 기대를 많이 해주셔서 책임감이 크다. 짧게는 부산 발전, 길게는 국가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며 부산 출마를 사실상 선언했다.
지역구를 두고는 "고향 영도를 빼고 생각하기 어렵다"며 "영도여고를 다니면서 아침마다 해뜨는 걸 보면서 등교했다. 굉장히 애정이 크다"며 중·영도 출마를 시사했다.
또 "한국당과 보수가 함께 가야한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범우파세력이 스크럼을 짜고 가는 것이다. 그 역할을 내가 하겠다"라며 범우파 연합에 앞장서겠다고도 밝혔다.
지역에서는 이 의원의 이번 방문을 두고 사실상 부산출마를 선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출마 지역구를 두고는 목소리가 엇갈린다.
영도는 현재 중구와 지역구가 묶여있다. 이 때문에 중구 혜광고 출신인 조국 청와대 전 수석의 출마여부에 관심이 높다.
조 전 수석의 출마할 경우 반문 대표주자인 이 의원이 출마할 수 있지만, 만약 조 전 수석이 출마하지 않을 경우 민주당이 현역 국회의원으로 있는 지역으로 출마해 한국당 의석을 늘리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이 의원은 부산출마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것은 존재감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보수진영에서는 이 의원의 전략적 활용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역 내 한국당 중진들의 움직임도 최근 활발해졌다. 앞선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이 연이어 패배하며 인적쇄신 대상으로 지목됐으나 최근 주요 당직을 맡으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4선의 유기준 의원(부산 서동구)는 최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장으로 내정됐다. 사개특위는 문 대통령의 핵심공약인 공수처와 검경수사권 조정 등 사법개혁 과제를 다루는 만큼, 유 의원이 향후 정국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은 박근혜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하는 등 대표적 친박인사로 꼽힌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비판의 대상으로 떠오르면서 위기를 겪었다. 지난 2017년 말에는 당무감사를 통해 당협위원장 자리를 박탈당하기도 했다.
이 자리를 차지한 정오규 전 당협위원장은 지방선거에서 서구청장, 서구 광역의원 2곳 중 1곳, 동구 2곳에서 승리를 이끌어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유 의원이 중앙정치권에서 중책을 맡은 만큼, 유 의원과 정 전 위원장 간 내년 총선 공천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3선의 유재중 의원(부산 수영) 역시 최근 부산시당 위원장을 맡으며 전면에 나섰다. 통상 시당 위원장은 재선급 의원이 맡는다. 이번에도 지역 재선인 장제원, 김도읍 의원 등이 거론됐으나, 모두 고사한 끝에 유 의원이 시당위원장직을 수락했다.
지역에서는 유 위원장을 두고, 인적쇄신 분위기 속 내년 총선 공천에서 한 발 앞서기 위한 전략적 행보에 나섰다는 평가다.
유 위원장은 "좋은 성과가 나올 것이다. 욕심같아서 다 압승하면 좋겠다"라며 내년 총선 승리를 다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