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 "하나투어뿐만 아니라 미수금은 오래된 관행"
저가 패키지로 인한 피해는 소비자의 몫
(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국내 1위 여행사 하나투어가 현지 소규모 여행사에 거래액 7억원을 미지급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여행업계에선 이를 두고 "곪을 대로 곪은 중견 패키지 여행사들의 치부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뿐"이라며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이다.
12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가 홍콩 현지 여행사(랜드사)에 지상비(현지 여행 경비)를 지급하지 않아 피소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4월, 하나투어는 이중장부를 통한 분식회계로 실적을 조작했다는 내용으로 금융감독원에 진정서가 접수됐다는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하나투어는 지상비 미지급 사실은 인정하지만 회사 차원의 이중장부 의혹에 대해선 강력히 부인했다.
그러나 한 여행사 관계자는 "회사에서 모른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일부 여행사를 제외하곤 대다수 패키지 여행사가 미수금을 내건다"고 밝혔다.
◇여행사의 갑질은 오래된 관행
업계에선 패키지 여행사가 랜드사에 미수금을 까는 것은 관행처럼 굳어진 지 오래다.
실제로 지난해 25년간 운영돼 온 한 중소여행사의 경우 랜드사와의 미수금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여행사의 임원이 거래 랜드사의 관계자들을 모아 '갑질 횡포'에 대한 사과를 하며, 법정관리에 대한 동의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전문 A 랜드사 대표는 "패키지 여행시장에서 현지에 여행객을 공급해주는 여행사는 갑, 랜드사는 을의 관계가 형성된다"며 "모든 계약도 '갑'에 요구 조건에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여행업의 구조는 크게 고객, 여행사, 랜드사로 이뤄져 있다. 고객은 여행상품을 소비하고, 여행사는 여행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랜드사는 현지 행사(여행)를 진행한다.
고객이 여행사에 지불하는 상품 가격은 랜드사가 지출한 지상비(현지 숙박비, 식비, 가이드 비용, 차량 렌트비, 입장료 등)와 항공료, 보험료 등의 경비에 여행사의 여행알선 수수료로 책정된다.
대다수의 여행사는 고객에게 받은 금액 가운데 지상비를 랜드사에 지급할 때 보름 단위나 월 단위로 결산을 해서 주기로 계약한다.
여기서 문제는 여행사간 가격 경쟁으로 초저가 상품을 내놓으면서, 이에 대한 손해를 줄이기 위해 랜드사에 지급해야 할 비용을 깎거나 결산일을 지속해서 미루면서 발생된다.
업계에선 대형 여행사일수록 지상비 미지급 문제가 심각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B 동남아 전문 랜드사 소장은 "승진 등을 염두에 두고 개인 실적을 쌓기 위해서 랜드사 지상비를 가져다 쓴다"며 "만일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시엔 고객을 보내지 않겠다고 협박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하나투어의 경우엔 계약한 랜드사가 다른 여행사와 거래를 못하도록 하는 것이 조건이었다.
◇저가 패키지는 그만…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최창우 한국여행업협회(KATA) 국장은 "랜드사도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일부 랜드사는 가격 경쟁을 위해 자진해서 몸값을 낮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한때 금융위기 당시 해외 여행객 수가 줄다보니, 태국 랜드사들이 직접 지상비를 받지 않는 조건을 내건 적도 있다"며 "일본 지역 랜드사들의 경우 지상비를 제때 받지 않으면 여행사와 거래를 하지 않는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어 모든 지역 랜드사들이 이를 본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랜드사는 여행사에 제대로 된 지상비를 받지 못해 이를 보상하기 위해 옵션관광 혹은 팁, 쇼핑 관광을 소비자에게 요구하는 저가 패키지를 판매하게 된다.
따라서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 제대로 된 패키지 여행을 즐기려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지출을 할 수밖에 없다.
여행업계 전문가는 "여행사도 더이상 싸구려 관광상품을 팔지 말고 공정관광을 주도해야 하며 각 단계별의 적절한 수익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며 "적절한 수익이 있다면 현지 가이드가 그렇게 옵션에 열을 올리지 않고 정성을 다해서 여행객을 인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추가적인 상품개발과 서비스증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여행업의 풍토가 생성될 것"이라며 "물론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