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감정가액 50%↓인데.." 땅값보다 싸게 파는데도 안 팔리는 건물

올 1월에도 한 차례 매각 공고 냈지만 아무도 관심 없어

2019.02.14 08:46  
유통시장 급변, 백화점 업태 제한한 매각 조건에 매수자 찾기 '난항'
10번째 공개매각 21일까지 진행, 부동산업계 '쉽지 않을 것' 전망 우세

(서울=뉴스1) 박희진 기자 = '땅값보다 더 싸게' 내놨는데 안 팔리는 건물이 있다. 건물이 너무 낡아서 철거를 해야하는 상황도 아닌데 말이다.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다.

롯데백화점 인천점과 부평점 얘기다. 지난해까지 8번, 올 1월에도 한 차례 매각 공고를 냈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다. 다시 10번째 매각 공고가 나갔고 가격은 감정가액의 50% 아래로 내려갔다.

롯데백화점이 인천·부평점 매각 성사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들 점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독과점 방지 결정에 따라 오는 5월19일까지 매각을 해야 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이날부터 오는 21일까지 인천·부평점에 대한 공개매각을 진행한다. 2017년 10월 1차 공개매각을 시작한 이후 무려 10번째 시도다.

이번에는 가격을 감정가액의 50% 이하로 낮췄다. 인천점의 감정가는 2299억원, 부평점은 632억원. 인천점의 경우 감정가의 50%인 1149억원 아래로 책정되는 셈이다. 감정가액의 50% 이하는 건물을 제외한 토지가치보다도 낮은 가격이다. 지난 9차때까지는 감정가의 60%까지 낮췄다. 개별매각 협의도 33회나 진행했다.

인천·부평점 매각건은 2013년 롯데백화점이 인천시로부터 인천종합터미널과 농수산물 도매시장 부지 등을 약 9000억원에 매입하면서 불거졌다. 롯데는 이곳에서 백화점을 운영하고 있던 신세계와 지루한 소송 끝에 올해부터 롯데 간판을 걸고 인천터미널점을 운영하고 있다.

부지 매입 당시 공정위는 인천·부천 지역의 백화점 시장 독과점을 우려해 2017년 9월 롯데측에 인천점·부평점·부천 중동점 등 인천지역 소재 백화점중 2개를 매각하라고 지시했다. 매각이 성사되지 못하면 롯데는 하루 1억3000만원 규모의 이행강제금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의 과징금을 내야할 처지다.

문제는 매수자가 없다는 점이다. 매각 대상인 인천점과 신세계에서 롯데로 간판을 바꾼 인천터미널점과는 불과 400m 떨어져 있다. 게다가 인천터미널점 10km 이내에 롯데 부평점, 롯데 중동점, 현대 중동점 등 백화점이 즐비하다. 이런 입지에도 불구하고 공정위는 매각 후에도 백화점으로 운영해야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업계에서는 백화점 업태로 제한한 탓에 매수자 찾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공정위가 백화점 업태로 제한한 것은 애초에 인천지역 백화점 시장만 놓고 독과점 우려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롯데의 인천지역 백화점 점유율은 63.3%에 달해 공정거래법상 경쟁제한성 추정 요건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백화점을 비롯한 유통시장은 최근 격변기에 접어들었다. 과거에는 백화점이 '유통의 꽃'으로 통했지만 아울렛, 복합쇼핑몰 등 업태가 다변화되고 있다. 실제로 2016년 인천 송도에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이 들어섰고 신세계는 2022년 스타필드 청라점 오픈을 계획하고 있다. 백화점도 이들 아울렛과 쇼핑몰과 경쟁해야한다. 인천지역 아울렛, 쇼핑몰까지 합치면 롯데 점유율은 40%대로 낮아진다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롯데 관계자는 "공정위와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하겠지만 변화하는 시장 현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토로했다. 소비 트렌드가 도심 백화점 위주에서 야외형 쇼핑몰로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백화점만 놓고 독과점을 따지는 것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김상조 공정위원장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16년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기업결합 심사를 공정위가 볼허한 것을 구시대적 잣대를 들이댄 사례로 꼽으며 "과거와 같은 정태적인 기준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기준을 마련해 성공적인 M&A 사례가 나오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