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수임료 3000만원을 내 계좌로 보내면 아는 변호사를 소개해주겠다."
지난 2022년 12월 A씨가 평소 알고 지내던 피해 여성에게 건넨 말이다. 당시 피해자는 군 복무 중인 아들이 성범죄 사건에 연루돼 도움을 구하던 상황이었다. A씨는 변호사를 소개해주겠다며 접근했지만 처음부터 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이후 군 간부와 국회의원 인맥까지 내세워 약 2년 4개월간 가로챈 금품은 2억원을 넘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단독 추진석 판사는 사기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지난달 27일 징역 2년을 선고하고 500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변호사비 명목 55차례 편취…군 간부 청탁까지
사건은 지난 2022년 12월 시작됐다. A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피해자로부터 군 복무 중인 아들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형사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정을 듣고 범행을 계획했다. A씨는 "지인을 통해 아는 변호사를 소개해 주겠다. 변호사 수임료가 3000만원이 드는데 내 계좌로 입금하면 변호사에게 전달하겠다"며 돈을 요구했다.
그러나 실제 최초 변호사 선임 비용은 1000만원에 불과했으며 수사 참여와 항소심 변호사 보수, 피해자 합의금 등을 합친 전체 비용도 3800만원에 그쳤다. A씨는 처음부터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을 변호사에게 전달하는 대신 생활비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할 생각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2022년 12월 12일 피해자로부터 자신의 계좌로 200만원을 송금받은 것을 시작으로 2025년 4월까지 약 2년 4개월 동안 총 55차례에 걸쳐 1억9764만원을 가로챘다.
범행은 변호사비 편취에 그치지 않았다. A씨는 2023년 1월 12일 피해자가 운영하는 서울 송파구의 한 카페를 찾아 "아들 소속 부대의 대대장과 주임원사, 중대장에게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하겠다"며 금품을 요구했다. 특히 "중대장에게 현금을 주기 불편하니 중대장 아내에게 루이비통 지갑을 선물하겠다"고 속여 이튿날 현금 200만원과 50만원 상당의 명품 지갑을 받아냈다.
피해자의 아들이 징역 3년을 선고받고 같은 해 12월 15일 형이 확정되자 A씨는 이번에는 광복절 특별사면을 미끼로 내세웠다. A씨는 "국회의원 형님과 친분이 있다. 국회의원 보좌관을 통해 광복절 특사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사람을 소개받았다"며 추가 금품을 요구했다. 이어 보좌관에게 50만원, 특사 명단에 이름을 올려줄 사람에게 100만원씩 전달해야 한다며 롯데백화점 상품권을 현금으로 구매해 달라고 요구했다.
피해금 2000만원만 변제…法 "죄질 매우 나빠"
재판부는 A씨가 아들의 형사사건으로 어려움을 겪던 피해자의 처지를 이용해 거액을 가로챈 점을 무겁게 판단했다.
재판부는 "변호사 보수와 합의금 등 명목으로 거액을 편취하고 형사사건을 무마하도록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추가 금원을 편취했다"며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피해 규모가 2억264만원에 달하지만 실제 변제액은 2000만원에 그쳐 대부분의 피해가 회복되지 않은 점과 A씨에게 동종 전과가 있는 점을 불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
다만 A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점과 나머지 피해금에 대한 변제를 약속한 점 등을 참작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500만원의 추징을 명령했으며 피해자의 배상명령 신청은 변론종결 이후 접수됐다는 이유로 각하했다.
[email protected] 이동혁 기자
